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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8 [픽션] 엄지돌기족의 흥망성쇠(興亡盛衰) (36) - 박승민(풀칠아비)
  2. 2011/11/01 [픽션] 삼매경(三昧境) (52) - 박승민(풀칠아비)

[픽션] 엄지돌기족의 흥망성쇠(興亡盛衰)

엄지돌기족의 역사는 엄지가 유난히 굵던 한 남자의 왼손 엄지 지문 위에 무사마귀가 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남자의 무사마귀는 엄지가 굵어서 겪던 스마트폰 이용의 불편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그 남자는 그 사실을 널리 자랑하고 다녔다.

이런 것을 놓칠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어느 과학자가 원하는 위치에 무사마귀를 만들어주는 주사약을 내놓았다. 그 주사약의 인기는 너무나 당연했었다. 엄지가 굵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서도 편리하다면서 무사마귀 심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었다. 그 주사를 맞은 사람들 중의 일부에게서 그 무사마귀가 유전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엄지돌기족이 탄생했다.

엄지에 무사마귀를 달고 태어난 엄지돌기족은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었다. 앞으로 돈 들여 무사마귀 주사를 맞을 필요도 없었고, 여전히 편리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길을 걸을 때도 양손의 엄지를 펴고 주먹을 쥐어 ‘최고예요.’ 자세를 취하면서 걸었다.

그런 엄지돌기족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었다. 말로 문자입력과 조작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들이 느꼈던 위기감은 금방 사라졌었다. 지하철처럼 사람 많고 복잡한 곳에서 너도나도 소리 내면서 “통화”, “문자”, “전송”, “다음 페이지”라고 떠들어대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손가락 입력이 에티켓이 되어 이겼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 엄지돌기족에게도 영락의 날이 찾아오고 말았다. 엄지손가락을 가만히 올려두기만 하면, 뇌파가 전달되어 생각만으로도 문자입력과 조작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나왔던 것이다. 무사마귀 때문에 엄지손가락을 그 스마트폰에 밀착시킬 수 없는 엄지돌기족이 그 스마트폰 입장에서는 ‘해당 사항 없음’이었다.

제거 수술을 해도 자꾸만 생기는 무사마귀를 감추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오늘날의 엄지돌기족은 가위바위보 할 때도 엄지를 안으로 구부려 검지와 중지 아래에 끼워 바위를 낸다.


***
또 금요일이네요. 한 주 마무리 잘하시고, 행복한 가을 주말 보내세요.

2011/11/18 11:17 2011/11/18 11:17
 

[픽션] 삼매경(三昧境)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런데 빈틈이 없었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 넷이 입구 쪽을 틀어막고 있었다. 양해를 구하고자 했지만,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어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망설이는 사이에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아직 시간 여유도 있고, 3분이면 내려갔다 다시 올라온다는 생각에 쿨하게 그냥 보냈다.

3분 후에 다시 엘리베이터가 왔다. 그런데 아까 그 남자 넷이 아직도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이다. “실례합니다. 저도 좀 타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어이없어하는 사이에 엘리베이터 문은 다시 닫혔다.

다시 3분이 지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들은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 이스터 섬의 석상들 같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점만 달랐다. 고개 숙여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이런 삼매경(三昧境)이 또 있을까?

2011/11/01 09:50 2011/11/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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