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글감이 생각났다.

하필이면 만원 지하철 안에서였다.

핸드폰에다 메모할까 생각했는데, 사람들 틈에서 도저히 손가락 놀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옛날 휴대용 녹음기 떠올리며 핸드폰에다 녹음할까도 생각했는데, 바로 앞에 다른 사람 얼굴을 두고 그럴 자신도 없었다.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꼭 이럴 때만.

다음 역에서 내렸다.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 [휴업공고 - 2018년 7월 26일]
내일(7월 26일)은 사정이 있어 포스팅을 하루 쉽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이젠 정말 하루가 다르다.

책방을 나오면서 곧바로 핸드폰에라도 메모를 해두었어야 했다. 블로그 글 꼭지 하나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걸 두 개나 한꺼번에 잊어버린다 말인가?

입으로 되뇌고 있다가 버스 탄 다음에 메모할 생각을 하다니? 신호등 바뀌었다고 달리는 순간,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생각하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뭔가가 달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아침부터 움직였던 동선을 그대로 다시 밟고, 손동작 하나까지도 그대로 복기하면, 기억이 다시 살아날까?

생각을 바꾸었다. 정말 내게 맞고, 또 내가 잘 풀어낼 수 있는 소재라면, 금방 또 찾아오리라. 그때는 곧바로 메모! 영영 생각나지 않는다면, 내 것이 아닌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