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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돼지가 보낸 편지 #2

지난 번에 아무 돼지 3574가 보낸 편지를 소개한 바 있다. 아직도 답장을 못하고 있는데, 발신인에 ‘3588’ 이라고 적힌 새로운 편지가 도착했다. 그 내용도 여기에 밝힌다.


나는 당신이 알고 있는 아무 돼지 3574가 아닙니다. 굳이 나도 이름을 밝혀야 한다면 3588 정도가 될 것 같군요. 나는 3574의 친구입니다. 나의 친구 3574는 오늘 새벽 가야 할 곳으로 갔습니다. 주인은 쉬쉬하지만 떠나는 친구도 보내는 나도 그가 어디로 가는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작별 인사하느라 잠시 머뭇거리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신기해하기도 한다지요?

잠시 딴 얘기를 했군요. 원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닌데, 친구 생각이 나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친구의 마지막 부탁 때문입니다. 며칠 전부터 친구가 초조하게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아 물어보니, 당신에게 보낸 편지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친구가 오늘 새벽에 떠나면서 어차피 조만간 다른 세상에서 또 만날 테니 대신 답을 듣고 오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곧바로 편지를 보냅니다.

사실, 나는 친구가 당신에게 보낸 편지에 관한 얘기를 처음 하였을 때, 친구에게 괜한 짓을 했다고 얘기하였습니다. 사람이란 종족은 우리랑 달라서 자기가 언제 죽을지 전혀 모르고 지낸다. 아니, ‘모르는 것이 약이다’ 라며 애써 모른 척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하루하루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지내고 있다. 이로 인해 그들은 미루기와 우유부단함에 유달리 능숙한 종족이 되었고, ‘무엇을 위해서 하루하루 죽어가는가?’ 라는 너의 질문은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죽기 직전이나 되어야 생각해 볼 것이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러니 답장 같은 것은 아예 기대도 하지 말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왜 편지 했냐고요? 친구의 마지막 부탁인데, 다시 만났을 때 뭔가 노력하기는 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사실 나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친구랑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지만, 어릴 때 앓은 장염 때문에 며칠 더 살고 있을 뿐입니다. 행여 친구의 질문에 대한 답이 생각나면 너무 늦지 않게 답장 부탁 드립니다. 이 말을 쓰지 않으면 친구의 부탁에 대한 노력으로 인정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마지막에라도 적습니다.

그럼 이만 …

아무 돼지 3588

(아무 돼지가 보낸 편지 #1)
2009/09/22 10:59 2009/09/22 10:59
 

퀵서비스맨과 오토바이

주머니 많이 달린 검정색 조끼, 그 조끼 한 쪽에 굳이 바깥쪽으로 매달린 핸드폰, 그리고 그 핸드폰에 연결된 통화 가능한 이어폰까지 요즘 엘리베이터에서 많이 보는 풍경 아닌가? 물론 여기에다 옆구리에 끼고 있는 헬멧과 다른 쪽 손에 들려있는 서류봉투가 추가되면 퀵서비스맨들의 모습임에 더 분명해진다. 그리고 가끔씩 눈에 띄는 가죽 부츠가 아니더라도, 팔꿈치와 무릎의 두툼한 보호대만으로 충분히 그들은 온몸으로 ‘나 오토바이 타고 있소.’라고 외치고 있다.

며칠 전 길거리에서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한 퀵서비스맨을 본 적이 있다. 그가 내린 오토바이는 문외한인 내가 봐도 뭔가 달라 보이는 그런 멋진 놈이었다. 비싼 것이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이지만, 왠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 보였다. 그런데 그 멋진 오토바이 뒤쪽에 쇠파이프가 용접이 되어 붙어있지 않은가? 큰 짐을 싣기 위한 짐칸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오토바이 타는 것이 좋아서 이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토바이에 쇠파이프를 달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일하면서도 오토바이를 계속 탈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애마에 흉물스런 쇠파이프를 달 수밖에 없어 마음이 아팠을까? 이 정도 타협이라도 가능한 것에 감사했을까, 아니면 ‘이것이 생활이다’ 라고 생각했을까?
2009/09/21 11:05 2009/09/21 11:05
 

이발과 신 포도

이발할 때 주로 회사 근처의 남성전용 미용실을 이용한다. 혹자는 거기 가면 똑같은 모양 만들어내는 ‘연필깎이’가 생각난다지만, 그래도 나는 파마약 냄새 맡으며 동네 아줌마들 틈에 끼여 앉아 기다리기 싫어서라도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그곳이라고 왜 실력 있는 미용사가 없겠는가? 오래 걸리지도 않고 게다가 값도 싸지 않는가?

자주 가는 그 남성전용 미용실에 이발을 하러 갔다. 처음 보는 미용사가 자리에 앉히고는 어떻게 자를 거냐는 당연한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수 차례의 진화를 거쳐 “그냥, 단정하게 잘라주세요.”로 정착된 지 이미 오래다. 돼지 털을 연상시키는 내 머릿결에 초보 미용사들은 진땀 흘리기 일쑤인데, 미용사가 중간중간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어찌 불안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대뜸 이발 어디에서 했냐고 묻는다. “왜?”라는 짧은 질문에 대답 역시 짧았지만 강렬했다.

“어떻게 그렇게?”

자주 잘라주던 미용사한테 부탁했어야 하는 건데, 왠지 그 동네 규칙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우아한 미용실에 예약해서 기다리지 않고, 전담 헤어 디자이너에게 조언 받아가며 머리 자를 수 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분명 가격이 만만치 않을 터이니.

살면서 이런 저런 이유나 핑계로 포장하지만 결국은 돈 때문에 못하는 것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별것 아닌 것부터 시작해서 큰 일까지. 자꾸 좋고 값비싼 것이 생겨나서 그런 것일까?

당장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솝 우화의 배고픈 여우처럼 그저 신 포도라고 우길 수밖에 …
2009/09/18 10:11 2009/09/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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