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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9 운동화 사기 (1) - 박승민(풀칠아비)
  2. 2008/05/28 시간은 관리될 수 없다. 하지만, (15) - 박승민(풀칠아비)
  3. 2008/05/15 공사중 - 박승민(풀칠아비)

오늘 사는 풍경 #4

큰 길 한가운데 있는 버스 정류장, 몇 자리 안 되는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왼쪽 옆자리의 아가씨가 벌떡 일어서서 나간다. 기다리던 버스가 왔겠거니 생각했지만, 그 아가씨는 버스가 다 지나가도록 내 앞에 서있었다. 순간 내 몸에서 무슨 고약한 냄새라도 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콧구멍을 벌름거려 보았다. 그 아가씨가 서있는 곳의 그늘을 보는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햇볕 때문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다리 아픈 것 보다 얼굴 타는 것이 더 싫은가 보다. 시커멓게 얼굴 타면 없어 보인다나.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가방도 무겁고, 다리도 아프고, 기다리는 버스는 언제 올지 알 수도 없고.

그렇게 옆자리에 가방 올려 두고 편안히 버스를 기다리는데 돌발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 아주머니께서 나의 왼쪽 자리에 앉으셨다. 다들 알 것이다, 왼쪽 방향으로 기다리는 버스가 오는지 안 오는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을. 그런데 그 아주머니께서는 커다란 하늘색 양산을 펴셨다. 자리에 앉으셔서 말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셨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도 당연히 버스 번호 확인을 해야 하니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셔야 했다. 상상해보라. 내가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까이 오는 버스가 없는 중간중간 그 아주머니께 강력하게 내가 그 쪽 방향으로 버스 번호 확인하고 있음을 주지시켰건만 무슨 소용이 있으랴. 결국 나는 햇볕을 피하는 양,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허락된다면 무조건 가장 왼쪽 자리에 앉아야겠다.
2008/08/29 12:17 2008/08/29 12:17
 

오늘 사는 풍경 #3

대형 할인마트의 대형 지하주차장에서였다. 장보기를 마치고 차를 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카트를 보관소에 옮겨두는 것이다. 지친 다리는 카트 보관소를 유난히 멀리 느끼게 하였지만, 나 홀로 카트로는 도저히 뽑을 수 없는 100원짜리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보관소로 향하여야 했다. 어찌 생돈 100원을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카트 보관소로 가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내 카트에 자신의 카트를 능숙능란하게 합체시키면서 100원을 구해가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젊은 사람은 두 개도 잘 밀고 가더라구.” 황당해 하는 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 아주머니는 재빨리 뒤돌아 서서는 어슬렁 어슬렁 자신의 차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 것을 두고 말문이 막힌다고 얘기하는 것인가?

아, 100원의 위력이여. 만약 100원짜리를 볼모로 잡지 않는다면? 갑자기 100원을 볼모로 잡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그 100원을 직접 보관하지 않아도 되니 볼모 교환을 위한 인력도 필요 없어서 좋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그 100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그 통찰력에 존경심을 표한다.

그 때의 기분은 카트에 달려있는 그 열쇠라도 하나 떼어 들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다.
2008/08/28 09:42 2008/08/28 09:42
 

발칙한 상상 #1

버스 방송에서 서울 남산의 자물쇠 펜스에 대한 소개가 나왔다. 연인들이 서로의 이름을 자물쇠에 적어두고 철망으로 된 벽에 자물쇠를 채워두는 곳인 듯 하다. 물론 그 사랑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는 소망을 품고 열쇠는 멀리 던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뜻대로만 되는 것인가? 그 중에서도 사람 사이의 일은 정말로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갑자기 그 곳에서 자물쇠 따는 아르바이트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진 이후에 그냥 그 자물쇠의 존재조차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마음에 두고 그 흔적까지 지우고자 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 않겠는가? 남산까지 열쇠 아저씨 부르려면 출장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니 수고비도 제법 짭짤하게 받을 수 있을 터이고. 자물쇠 따는 기술도 필요 없다. 그 자물쇠 다시 사용하고 싶겠는가? 간단하게 쇠톱으로 잘라주면 된다. 아니면 기술을 좀 배워서 그 자물쇠까지 접수하여 중고로 팔 수도 있다. 자물쇠 팔면서 바람둥이를 위한 열쇠 보관 서비스를 함께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갑자기, 굳이 사람들이 자물쇠를 열 필요가 있는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엄습했다. 자물쇠에 이름 써봐야 기껏 유성 펜으로 썼을 텐데, 기름걸레로 이름만 지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그 곳에서 기름걸레 임대해봐야 얼마를 받겠는가? 갑자기 아르바이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기름걸레로 이름을 지울 수 없는 자물쇠를 파는 것이다. 쇠붙이로 된 자물쇠에 하트모양과 이름을 아예 음각으로 새겨 주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아마 이름 새긴 자물쇠 값 비싸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기름걸레로도 닦을 수 없는 사랑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물론 그 자물쇠 따는 아르바이트도 같이 하는 것이고 …
2008/08/27 11:38 2008/08/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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