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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3 오늘 사는 풍경 #12 – 그러고 싶어 그러겠는가? (27) - 박승민(풀칠아비)
  2. 2010/04/12 오늘 사는 풍경 #11 - 백원의 행복 (44) - 박승민(풀칠아비)
  3. 2010/04/09 그 동안 수고했다 (42) - 박승민(풀칠아비)

오늘 사는 풍경 #14 - 싸게 팝니다

동네 슈퍼 앞 길가에서 딸기를 팔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낯익은 점원이 마이크를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딸기가 오늘만 2킬로에 7천원. 딸기가 오늘만 2킬로에 7천원”
그런데 이 소리 끝에 한 손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 딸기는 왜 이렇게 싸게 팔아요?”
어떤 생초보 주부가 저런 재미있는 질문을 할까 궁금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 할머니가 그 질문을 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에 이어진 점원의 대답은 이러했다.
“저희는 원래 이렇게 싸게 팝니다.”

그럼 “오늘만”은 어떡하고?

2010/04/19 10:35 2010/04/19 10:35
 

오늘 사는 풍경 #13 - 내려줘

버스가 교차로를 막 지나는 순간, 기사 바로 곁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기사에게 얘기했다.
“기사양반, 이 버스 442X아니야? 왜 우회전을 안 해?”
“할머니, 이 버스 341X입니다. 그리고 442X는 이제 이쪽으로 안 다녀요. 어디 가시려고요?”
“나는 분명히 442X로 봤는데. 나 XX병원 가야 돼.”
“그러시면 이번 정류장에 내리셔서, 길 건너신 다음에 33X 타시면 됩니다.”
“기사 양반 그러지 말고 여기 내려주면 안되나? 그 버스 타고 내리면 좀 더 걸어야 돼.”
“할머니, 정류장 아닌 곳에서는 내려드릴 수 없어요.”

버스가 점점 더 교차로에서 멀어지자, 그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리는 문 앞에 위치한 다음 더 큰 목소리로 계속해서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나는 분명히 442X로 봤다니까. 여기서 내려줘. 나 무릎 수술해서 많이 못 걷는다니까?”
“여기서는 내리셔도 울타리로 막혀서 인도로 올라가지도 못해요.”
“아까 내려 줬으면 됐잖아.”
마침내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 할머니 기사양반을 심하게 한번 째려보고 내렸다. 애써 외면하는 기사를 향해 또 다른 어르신이 큰소리로 얘기했다.
“기사양반, 너무 신경 쓰지 말게.”

2010/04/16 11:07 2010/04/16 11:07
 

[픽션] 과거로부터 온 편지 #1

어제 저녁 아파트 우편함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편지 한 통을 발견하였다. 보낸 이가 누구인지 적혀있지 않았다. 편지봉투가 무지 낡았다는 생각하는 순간, “아!”하고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이었던 것 같다. 친한 친구 몇 명에게 수취인 난에 주소도 없이 내 이름만 적힌 편지봉투를 하나씩 건네면서 20년 후쯤에 보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20년 하고도 몇 년이 더 지났고, 완전히 잊고 지내고 있었다. 지금은 누구에게 몇 명에게 부탁했는지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한번에 맡겼던 것도 아니고 편지 쓰면 그때그때 만나는 친구에게 부탁했던 것 같다. 당연히 편지 내용도 다 달랐던 것 같고.

그런데 지금 그 편지 중의 하나가 도착한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알고 있는 친구가 보냈다는 얘긴데, 누가 보낸 것일까? 편지봉투도 처음 친구에게 부탁했던 그대로 봉인되어 있고, 주소만 덧붙여져 있을 뿐이다.

그 편지 들고 하룻밤을 넘겼건만, 아직도 봉투를 뜯지 못하고 있다. 그때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친구들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까? 또 하필이면 왜 20년 후에 전해달라고 했던 것일까?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침에 거울을 보니 두려운 생각이 더해졌다.

지금의 당신이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당신은 쉽게 열어볼 자신이 있는가?

2010/04/15 11:06 2010/04/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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