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2617건

  1. 2008/07/08 연필 (2) - 박승민(풀칠아비)
  2. 2008/07/07 시간은행 - 박승민(풀칠아비)
  3. 2008/07/04 부끄러움 - 박승민(풀칠아비)

연필

아침에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두고 나온 연필이 아쉽다. 얼마 전부터 연필을 들고 다니면서 쓰고 싶어졌다. 노트북, PDA, 핸드폰 등 디지털 병기로 인해 어릴 때부터 애써 연마해온 손가락 근육이 퇴화될까 걱정되어서 일까? 아니면, 어느 유명 소설가가 원고지에 연필로 원고를 쓰고 있다는 인터뷰 기사에 혹한 것인가? 실속 없이 겉멋만 자꾸 늘어간다는 자책감도 들고, 연필깎이, 필통도 같이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요즘 필기구들은 최신 기술로 무장하여 언제 어디서나 매끄러운 필기감과 빈틈 없이 고르고 선명한 색깔을 뽐내고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연필을 손으로 잡고, 거친 종이의 투박한 질감을 눌러가며, 연필색으로 부드럽게 써가는 느낌은 분명 이와는 다른 정감을 이야기 한다. 몸에 해롭다는 야단에 아랑곳하지 않고 심에 침 묻혀가며 열심히 쓰던 어릴 적 초등학생의 필기구나, 일하실 때 귓바퀴에 꽂혀 있던 우리들의 아버지 필기구는 분명 연필이어야 한다.

청바지도 일부러 헤어지게 해서 파는데, 연필도 몽당연필 만들어 팔면 어떨까? 볼펜깍지에 끼워서 말이다.
2008/07/08 14:51 2008/07/08 14:51
 

시간은행

2008년 4월 11일자 조선일보에 ‘시간도 돈처럼 저축할 수 있나요’ 라는 제목으로 시간은행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시간이 남을 때 저축해 두었다가 바쁠 때 꺼내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유용하겠는가? 물론 일반적인 상식에서 이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에드가 칸(Kahn) 교수가 시간은행과 시간달러(Time Dollar) 개념을 고안하였고, 1990년대 후반에 은행을 만들었다고 한다. 공동체 타인을 위해 1시간을 쓸 경우 1 시간달러를 벌고, 나중에 이 시간달러로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일해주는 대가로 지불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시간으로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공동체의 가용시간을 고려하여 시간의 저축효과를 꾀한 것이다. 저축한 시간을 꼭 동일한 노동으로 되찾아야 할 필요도 없고, 마일리지, 신용카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과의 결합을 통한 혜택으로 돌려 받을 수도 있다고 하나, 진정한 시간의 저축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약간 삐딱한 생각도 들었다.

이것이 정말로 시간을 저축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려면, 먼저 공동체 구성원이 다양하게 분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같은 날 바쁘다면 저축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일부가 가능하다면 누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다른 사람이 정말로 내가 투입한 1시간만큼 열심히 일을 잘 해줄까? 내가 저축하는 한 시간이 시계바늘의 움직임만으로 측정이 가능한 것일까?

이는 결국 시간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가 아닐까? 정말로 내가 하는 것과 똑 같이 누가 나를 대신해 줄 수 있다면…
(관련기사: 조선일보 ‘시간도 돈처럼 저축될 수 있나요’ 2008년 4월 11일)
2008/07/07 16:23 2008/07/07 16:23
 

부끄러움

친구들과의 모임이 늦게 끝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횡단보도 앞에 신호 때문에 멈추어 섰다. 늦은 시간이고 자주 오지도 않는 버스라서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얼마 떨어진 거리도 아니건만, 기사 아저씨는 단호하게 거절하신다. 포기하고 돌아서는 순간 옆에 있던 친구가 큰 소리로 태워달라고 외친다. 친구가 약간 취한 상태임을 고려하여 재빨리 친구를 붙잡고 돌아섰다.

순간 무지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왜?’ 라는 의문이 들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거절해서? 버스 정류장도 아닌데 버스 문 열어달라고 부탁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 큰 소리로 소리지른 친구가 옆에 있어서? 아니면 그런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보다 현재 상황 정리하는 것을 우선시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서?
2008/07/04 11:27 2008/07/04 11:27
 

  • Total :
  • Today :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