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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8 오늘은 또 어떤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42) - 박승민(풀칠아비)
  2. 2010/10/27 2030년 회고 #3 - 걸어 다니는 나무 (36) - 박승민(풀칠아비)
  3. 2010/10/26 어색한 침묵 (50) - 박승민(풀칠아비)

오늘은 또 어떤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어제 나는 내게 더 이상 노래 가사 외우는 능력이 없음을 깨달았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일단은 노래방 때문이라고 우기고 싶다.

오늘 아침 나는 내게서 전화번호 외우는 능력도 사라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핸드폰 두고 나왔다고 집에 전화하려니, 한참 동안이나 집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조만간 이도 없어질 것 같다.

지도 보기, 길 찾기, 길 외우기 능력도 내비 사용 능력과 맞바꾼 지 이미 오래다. 자꾸만 밑지는 거래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빵과 커피를 사면서 일부러 현금 만지작거리며 머릿속으로 더하기 해보았다. 카드 사용하면서부터 물건값 내 손으로 더해본 기억이 없다. 그 능력이 아직도 내게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은 또 어떤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2010/10/28 10:46 2010/10/28 10:46
 

2030년 회고 #3 - 걸어 다니는 나무

아마 이것도 2003년에 나왔다고 하면, 이 늙은이 뭐든지 2030년이라고 그러는 것 아니야 라며 내 기억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내가 알기에는 걸어 다니는 나무가 나온 것도 2030년일세. 이것도 벌써 20년이 지났군. 세월이 정말 빠르긴 한가 보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어떤 과학자가 아파트 단지 조경수 바라보다가 싫증 같은 것이 느껴졌나 봐. 그런데 나무라는 것이 옮겨 심기가 쉽지 않잖아? 그래서 걸어 다니는 나무를 만들었다고 하더군.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면 걸을 수 있었는데, 막대기 같은 것으로 툭 치면 나무가 피하면서 옮겨 다녔지.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그 나무는 뿌리를 순식간에 내렸다 접었다 할 수 있다고 하더군.

요즘 젊은이들이야 어릴 때부터 봐왔으니 뭐 그리 신기할 것도 없겠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로 대단한 인기였네. 예전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지, 기분에 따라 나무보고 오늘은 여기에 서있으라 할 수 있으리라고는 말이지. 인기가 많았으니 당연히 그 값도 비쌌지. 부자동네에나 가야 볼 수 있었지.

어느 선거를 1년 정도 앞두었을 때 같네. 정치하는 사람들이 보조금 왕창 풀어서 여기저기 그 나무를 많이 심도록 하였지. 저소득층의 표를 노린 것이었겠지만, 그런데 이게 완전히 역효과가 나고 말았네. 근처에 공장 있는 동네에 풀었던 나무들이 스스로 부자동네로 옮겨 가버렸지 뭔가? 이 나무가 오르막을 오르지는 못했거든. 그래서 산으로 가지는 못하고, 그래도 나무가 좀 있어서 공기가 좋은 부자동네로 가버렸던 것이지.

이름표를 붙여도 찾기가 어려웠고, 묶어두자니 환경단체에서 반발이 심했지.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지. 이 글을 읽고 있는 자네는 지금도 그 나무가 부자동네에만 있는데 무슨 특단의 조치가 있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지금 그 문제 가지고 뭐라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 특단의 조치라는 것이, 유전자 변형 약물을 주사하는 것이었지. 그 주사를 맞은 나무는 더 이상 밤에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네. 낮에만 걸어 다닐 수 있게 된 것이지. 그리고 낮에는 그 나무를 감시하도록 해서, 움직이는 나무들을 제자리로 돌아가게 했지. 그런데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가? 떠나지 못하도록 한 나무들이 스트레스로 모두 죽어버렸네. 그리고 그 동네 사람들도 포기하고 말았고.

2030년 회고 #2 - 타임트랩

2010/10/27 11:03 2010/10/27 11:03
 

어색한 침묵

어쩌면 집에서는 할머니라 불릴 것도 같은 한 아주머니가 마을버스에 오르면서, 분명히 할아버지로 보이는 기사에게 한마디 건넸다.
“아저씨, 저 오늘 깜빡 잊고 돈을 안 들고 나왔는데, 그냥 타면 안돼요?”

버스 안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몰렸다. 기사 아저씨가 그런 얘기를 그렇게 크게 하면 어떡하냐는 듯한 눈치를 주며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는 사이, 그 아주머니는 벌써 떡하니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기사 아저씨는 그냥 있으면 안될 것 같은 위기감이라도 느껴졌던 것일까?
“아줌마, 나한테만도 이러는 것이 벌써 열 번은 되는 것 같은데 …”
라고 말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때 그 아주머니 발끈했다.
“열 번이라뇨? 이러는 것 오늘이 처음입니다. 아니,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렇게 얘기하는 거에요?”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승객들 떠드는 소리에 묻혔다.

그 아주머니보다 버스를 먼저 내렸다. 그 분위기에서의 탈출은 좋았지만, 그 뒷얘기는 여전히 궁금하다.

2010/10/26 10:34 2010/10/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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