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2747건

  1. 2009/11/10 혼자 묻기만 하기 #2 – 당신은 몇 개의 사과를? (16) - 박승민(풀칠아비)
  2. 2009/11/09 [이벤트 취소 알림] 졸저 ‘시간은 관리될 수 없다. 하지만’ 설명회 취소 (4) - 박승민(풀칠아비)
  3. 2009/11/09 [픽션] 혹시 내 안에도 시한폭탄이? (20) - 박승민(풀칠아비)

어찌 하오리까?

비바람에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졌다. 꼭 이런 날은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하게 된다. 약속장소도 건물 밖이기 마련이고. 다행히 근처에 있는 커피가게가 눈에 띄었다. 마침 유리창도 크게 나있으니, 따뜻하게 앉아서 창 밖을 보며 기다릴 요량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커피를 받아 들고 창가자리에 앉기 전에, 지갑을 주머니에 넣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그때 종업원이 큰소리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라고 외친다.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지만, 좁은 가게에 손님이라고는 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종업원이 여기서 먹을 것인지, 들고 나갈 것인지를 묻지도 않았던 것 같다. 주문 받으면서도 옆에 서있는 점장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았는데, 신입인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찌 해야 하는가? 인사를 받았으니, 나가야 하는가? 그냥 자리에 앉으면 인사한 사람 민망해지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돌아서서 “여기서 마시고 갈 건데요?”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테이크아웃 여부를 묻지 않은 종업원이 야단 맞을까? 창 밖을 보니 아까보다 비도 더 많이 내리고, 바람도 더 많이 부는 것 같다. 어찌 하오리까?

일어선 채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는 척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민하는 사람 흉내를 냈다. 그리고 ‘그래, 결정했어!’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때 ‘땡’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그 종업원은 또다시 우렁찬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 …… ’ 라고 외친다.

왜 이렇게 혼자 쓸데 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일까? 어쭙잖은 연극 흉내는 또 무엇이었단 말인가?

2009/11/17 12:43 2009/11/17 12:43
 

한심하도다!

어둠 속 귓가에 다가오는 앵 소리에 한 손을 휘두르며 쥐어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앵 소리만 잠시 멀어질 뿐이다. 한심하도다! 철 지나 비실거리는 모기, 젓가락으로 잡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

이제는 모기가 보기에도 만만한가 보다. 숫제 귓속으로 돌진하는 소리가 들린다. 기회다 싶어 왼손으로 잽싸게 내 귀를 내리친다. 한심하도다! 앵 소리가 멈추었다. 모기가 잡혀 귓바퀴나 머리카락 사이에 붙어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전과(戰果) 확인조차 귀찮다. 또 한번 한심하도다!

아, 발등이 너무 가렵다. 일격을 당한 것이다. 치사하게 귀와 먼 곳을 공격하다니! 약을 바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깃불을 켠다. 공격을 가한 놈이 아까 그 놈이 아니라는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 귓바퀴와 머리카락을 털어본다. 한심하도다! 아무것도 없다. 화만 내면 무엇 하는가?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안경도 끼지 않고 주변을 살핀다. ‘모기도 쉬운 상대를 계속 공격하지 않겠는가? 내 한 몸 희생하자. 금방 배불러지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하며 이내 포기한다. 더더욱 한심하도다! 내가 물리면 다른 가족들은 물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다니 ...

불을 끄자, 또다시 귓가에 앵 소리가 들린다. 애당초 모기가 조용히 배만 불리고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끝없이 한심하도다! 일어나서 불을 켠다. 그리고 이제는 눈에도 불을 켠다. 진작 그럴 것이지 …

2009/11/11 05:28 2009/11/11 05:28
 

혼자 묻기만 하기 #2 – 당신은 몇 개의 사과를?

만약 세상에 지금껏 있었던 그 어떤 것보다 더 치명적인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고, 오늘 아침에 다음과 같은 뉴스가 방송되었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국민 여러분, 국내 한 대학교 연구진이 사과를 먹으면 이번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사과를 첫째 날 3개, 둘째 날 2개, 셋째 날 1개를 먹으면 향후 2주간 90%의 예방효과가 나타나고 넷째 날부터 매일 한 개씩 먹으면 예방효과가 95%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제 2주만 있으면 예방백신 접종이 시작됩니다. 그때까지 사과 잘 챙겨 드시기 바랍니다.

사과는 뉴스 나오기 전에 이미 동나지 않았을까? 자동차 몰고 과수원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기저기서 몸싸움과 돈 있는 사람들의 돈 자랑이 이어질 것이다. 인터넷에는 정부주도하에 사과를 나눠먹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을 것이고, 곧 그런 내용의 대국민 성명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데 만약 당신에게 24개의 사과가 있다면, 당신은 몇 개의 사과를 나눠먹기에 내놓을 것인가?

혹시 열심히 계산하고 있지는 않았나? ‘그걸 뭘 계산을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의 속내도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이런 생각들로 머리 아프지 않을까?
-내게 사과가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고 있나?
-가족, 친지들 먹을 사과는 충분한가?
-정말 2주 후에 내가 백신을 맞을 수는 있는 것일까?
-내일 아침 뉴스에 사과 4개, 3개 2개로 수정 발표되면 어떡하지? 원래 4개, 3개, 2개 정도는 먹어야 효과를 보는데 사과가 모자라니까 줄여서 발표한 것 아닐까? 등등.

2009/11/10 11:14 2009/11/10 11:14
 

  • Total :
  • Today :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