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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8 남의 떡, 남의 얘기 (32) - 박승민(풀칠아비)
  2. 2009/11/17 어찌 하오리까? (18) - 박승민(풀칠아비)
  3. 2009/11/11 한심하도다! (33) - 박승민(풀칠아비)

우치족 이야기 #1

먼 옛날 깊은 산속에 우치라는 이름의 부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우치라는 식용버섯을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 부족의 이름조차 우치라고 지었다고 한다.

마을 뒤쪽으로는 신성한 숲이 있었다. 딱히 누가 출입을 막지도 않았지만, 들어가라고 해도 들어갈 사람도 없었다. 오랜 세월 숲이 너무 우거져 길을 잃을까 두렵기도 했고, 무서운 소문도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치족의 한 청년 가물치가 호랑이에게 쫓겨 정신 없이 도망치다 그 신성한 숲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이틀 밤낮 숲 속을 헤매다 간신히 그는 마을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넓은 우치 버섯 자생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틀 동안 버섯으로 배를 채웠을 뿐만 아니라, 주머니 가득 버섯을 채워갈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친구 꽁치를 만났다. 가물치의 버섯을 본 꽁치는 길 안내를 부탁했다. 가물치는 친구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길 안내를 했고, 꽁치도 버섯을 잔뜩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며칠 후 가물치는 신성한 숲 바로 앞에서 조개 껍질 10개만 내면 하루 동안 우치 버섯 밭으로 데려다 준다는 안내 표지를 들고 있는 꽁치를 발견했다. 꽁치가 그렇게 해서 조개 껍질을 많이 모으고 있다는 동네 소문을 사실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꽁치는 조개 껍질 내는 사람을 눈을 가린 채 그 곳으로 데리고 갔고, 자기도 같이 버섯을 따왔다는 것이다. 가물치도 부랴부랴 그 옆에다 간판을 내걸었다.

가물치는 시작은 늦었지만, 꽁치보다 조개 껍질을 더 벌어보겠다는 욕심으로 양상치를 고용했다. 길을 가르쳐 주고 길 안내를 시키면 길 안내만으로도 하루에 조개 껍질 20개를 벌 수 있다는 속셈이었다. 그런데 며칠 가지 못했다. 양상치가 꽁치와 가물치 보다 백 미터 더 마을 가까운 곳에 새로 길안내 간판을 내 건 것이다. 그것도 조개 껍질 7개에 말이다.

더 이상의 고용은 없었고, 가격은 조개 껍질 7개로 떨어졌다. 이들의 소식을 들은 우치족 최고의 부자인 금부치가 이들 셋을 집으로 불렀다. 큰 돈을 주고 이들로부터 길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길을 절대 알려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물론 그들도 은퇴를 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금부치는 다시 자신의 다섯 아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길안내 가격도 조개 껍질 15개로 올렸다. 그러다 금부치는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버섯을 몽땅 수확하는 것이 훨씬 수입이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섯 출하 물량도 조절할 수 있어 버섯 가격까지 높일 수 있다는 계산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서 그는 버섯 밭 안내를 중단했냐고? 아니다. 아들들에게 버섯의 채취가 거의 끝난 곳으로만 사람들을 안내하도록 시켰다. 길 안내 가격을 옛날처럼 조개 껍질 7개로 재조정한다는 선심성 광고와 함께 말이다.

길 안내 받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길에 불만을 토하면, 그 다섯 아들들은 이제는 이곳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버섯이 많이 줄었다고 얘기했다. 차츰 더 불만이 심해지자 금부치는 조개 껍질 50개를 받고, 비밀유지 약속과 함께 버섯 거의 없는 버섯 밭 가는 길을 가르쳐주었다.

며칠 후 우치족 서점에는 작자 미상의 ‘신성한 숲 속의 우치버섯 밭으로 가는 지도’가 조개 껍질 1개에 팔리고 있었다.

2009/11/20 11:42 2009/11/20 11:42
 

포장되지 않은 우리네 삶의 모습 #1

책이라도 좀 읽어볼 요량으로 구청에서 운영하는 독서실을 찾았다. 취업 준비하는 대학생들, 자격시험 준비하는 아저씨들, 어느 자리를 둘러봐도 절실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자리에 앉아 책을 막 펼쳤을 때였다. 건물 밖에서 확성기를 통해 엄청나게 큰소리의 노래와 구호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벌떡 일어서서, 창 밖을 살폈다. 그리고는 그냥 다시 자리에 앉았다.

노래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짜증 반 호기심 반으로 창 밖을 내다보았다. 길 건너편 빌딩 앞에서 어떤 회사 노조원들이 모여 앉아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 추운 날 길거리에 앉아있을 만큼 그들도 절박했다.

농성하는 사람들 찾아가서, 당신네 사주(社主)가 사무실 위치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아서 당신들 더 이상 떠들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머리에 붉은 띠 매고 있는 사람들은 자격시험 준비하는 아저씨에게 오늘은 집에 가서 공부하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나도 좀 더 치열한 나의 전투 현장에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불안감에 자리를 떠났다.

2009/11/19 10:40 2009/11/19 10:40
 

남의 떡, 남의 얘기

낮 시간이라서 그런지 지하철 탔을 때, 아직 몇몇 자리가 남아있었다. 조금 지나면 분명 사람들 많이 들이닥칠 것이다. 마음 편하게 쭉 자리 차지하고 가려면, 지금부터 자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왠지 너무 식상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내가 정말 피곤해서 잠들어도 그렇게 믿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코고는 소리까지 내면서 잘 수도 없지 않은가?

그때 마침 어제 밤 늦게, 내일을 기약하며 마지못해 내려놓았던 소설책이 가방 안에 있음을 깨달았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이 피곤함도 다 이 소설책 때문 아니던가? 그리고 내가 열심히 책 읽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저 사람은 책에 빠져서 주위를 둘러볼 정신도 없다고 생각할 것 아닌가?

다음 정거장에서 한 남자가 “저쪽에 앉아.” 라는 얘기 소리와 함께 바로 옆자리에 앉는다. 고개를 들어 상황을 보니, 연인들인 것 같은데 두 명 나란히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로 마주 보며 앉게 된 것이다. 순간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을까? 미리 알았더라면 자리 바꿔줄 수도 있었는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나는 책 읽는다고 일찍 알지도 못했고, 게다가 무릎 위에는 무거운 노트북 가방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 연인들은 마주보고 앉아가면서 둘만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거리가 있으니, 제법 큰소리로 얘기가 오갔고, 옆에 앉은 나는 당연히 다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 소설책은 분명 어젯밤 그 좋아하는 잠까지 줄이게 만들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몇 정거장째 도저히 책장이 넘어가질 않는다. 급기야 저 두 사람이 눈치챌까 읽지도 않은 책장을 넘겨야 했다.

다행히도 몇 정거장을 더 지나면서 통로가 사람들로 꽉 찼다. 그 연인들은 더 이상 얘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나도 내 손에 있는 소설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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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그때는 그 얘기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을까? 내가 들고 있는 얘기는 나중에 읽어도 된다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남의 떡 같은 남의 얘기여서 그랬던 것일까?

2009/11/18 11:11 2009/11/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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