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에 해당되는 글 2743건

  1. 2008/09/02 일기예보 - 박승민(풀칠아비)
  2. 2008/08/29 오늘 사는 풍경 #4 - 박승민(풀칠아비)
  3. 2008/08/28 오늘 사는 풍경 #3 - 박승민(풀칠아비)

일기예보

길거리의 저 외국인은 오늘 우산을 들고 나왔다. 아침에 하늘의 구름을 보고 들고 나온 것이리라. 우리말 일기예보를 알아듣지 못하였거나, 아니면 우리나라 일기예보를 접한 경험이 있거나.

오늘 아침 일기예보는 날씨가 오전에 흐리다가 점차 개인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우산을 들고 거리로 나선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일기예보를 믿었기 때문일까? 우산 들고 나오기가 귀찮아서 원래 웬만하면 들고 나오지 않는 것일까?

복잡성 때문에 정확하게 날씨를 예보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고 한다. 슈퍼 컴퓨터 한 대 도입했다고 해서 그냥 해결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비올 확률이 몇 %라는 얘기를 들으면, 잘 해야 본전인 예보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우산을 가지고 가란 말인지, 말란 말인지?

최근 날씨산업 운운하며 많은 기사가 났던 기억을 되살려, 인터넷에서 날씨 제공 서비스를 잠깐 찾아보았지만, 처음 만난 서비스 맛보기 화면에 ‘비올 확률’ 문구를 보고 실망만 더 하였다.

이런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애매한 확률로 피해 나갈 여지만 찾지 말고, 이용자가 고민하지 않게끔 확실하게 대답해주는 일기예보 말이다. 유료 전화나 인터넷으로 접속하여 이동경로를 알려주면, 우산을 가져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확실하게 답해주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존의 일기예보와 뭐가 다르냐고? O, X로 확실하게 답하고, 틀리면 금전으로 보상하는 서비스 말이다. 금전 보상이라고 해서 꼭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보를 믿고 우산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면 불필요한 우산을 하나 더 샀을 터이니, 우산 값 정도 보상해주는 서비스는 어떨까? 반대로 우산을 괜히 들고 나왔다면 분명 어디 가서 우산 두고 나올 테니 그 때도 우산 값 정도 보상해주면 되지 않겠는가?

어차피 서비스 이용료는 시장이 결정해 줄 것이고, 관절염 환자에 의존하든, 점쟁이가 답하든 정확도가 낮은 사업자는 시장에서 자연히 도태시켜줄 것 아니겠는가?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적어도 아침에 일기예보나 하늘 보며 고민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설령 그 서비스의 일기예보가 틀린다면 우산 하나 장만하든지, 어디 가서 두고 오면 되니 말이다, 마음 편하게.

어디서 신통한 무릎 가지신 어르신이라도 서둘러 찾아 보아야겠다.
2008/09/02 15:56 2008/09/02 15:56
 

오늘 사는 풍경 #4

큰 길 한가운데 있는 버스 정류장, 몇 자리 안 되는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왼쪽 옆자리의 아가씨가 벌떡 일어서서 나간다. 기다리던 버스가 왔겠거니 생각했지만, 그 아가씨는 버스가 다 지나가도록 내 앞에 서있었다. 순간 내 몸에서 무슨 고약한 냄새라도 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콧구멍을 벌름거려 보았다. 그 아가씨가 서있는 곳의 그늘을 보는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햇볕 때문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다리 아픈 것 보다 얼굴 타는 것이 더 싫은가 보다. 시커멓게 얼굴 타면 없어 보인다나.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가방도 무겁고, 다리도 아프고, 기다리는 버스는 언제 올지 알 수도 없고.

그렇게 옆자리에 가방 올려 두고 편안히 버스를 기다리는데 돌발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 아주머니께서 나의 왼쪽 자리에 앉으셨다. 다들 알 것이다, 왼쪽 방향으로 기다리는 버스가 오는지 안 오는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을. 그런데 그 아주머니께서는 커다란 하늘색 양산을 펴셨다. 자리에 앉으셔서 말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셨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도 당연히 버스 번호 확인을 해야 하니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셔야 했다. 상상해보라. 내가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까이 오는 버스가 없는 중간중간 그 아주머니께 강력하게 내가 그 쪽 방향으로 버스 번호 확인하고 있음을 주지시켰건만 무슨 소용이 있으랴. 결국 나는 햇볕을 피하는 양,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허락된다면 무조건 가장 왼쪽 자리에 앉아야겠다.
2008/08/29 12:17 2008/08/29 12:17
 

오늘 사는 풍경 #3

대형 할인마트의 대형 지하주차장에서였다. 장보기를 마치고 차를 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카트를 보관소에 옮겨두는 것이다. 지친 다리는 카트 보관소를 유난히 멀리 느끼게 하였지만, 나 홀로 카트로는 도저히 뽑을 수 없는 100원짜리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보관소로 향하여야 했다. 어찌 생돈 100원을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카트 보관소로 가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내 카트에 자신의 카트를 능숙능란하게 합체시키면서 100원을 구해가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젊은 사람은 두 개도 잘 밀고 가더라구.” 황당해 하는 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 아주머니는 재빨리 뒤돌아 서서는 어슬렁 어슬렁 자신의 차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 것을 두고 말문이 막힌다고 얘기하는 것인가?

아, 100원의 위력이여. 만약 100원짜리를 볼모로 잡지 않는다면? 갑자기 100원을 볼모로 잡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그 100원을 직접 보관하지 않아도 되니 볼모 교환을 위한 인력도 필요 없어서 좋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그 100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그 통찰력에 존경심을 표한다.

그 때의 기분은 카트에 달려있는 그 열쇠라도 하나 떼어 들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다.
2008/08/28 09:42 2008/08/28 09:42
 

  • Total :
  • Today :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