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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0 메신저 예찬 - 박승민(풀칠아비)
  2. 2008/07/08 연필 (2) - 박승민(풀칠아비)
  3. 2008/07/04 부끄러움 - 박승민(풀칠아비)

메신저 예찬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대개 똑똑한 메신저도 자동으로 접속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일일이 연락하지 않아도 내가 살아 있음이 자동으로 통지된다. 아직 그런 일이 없지만, 아무 이유 없이 내가 몇 일 접속하지 않으면 분명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으리라 믿는다. 어디 그 뿐이랴, 오늘 나의 상태를 나타내는 꼬리표를 내 걸 수도 있다. 비록 매일매일 촌철살인의 문구로 갱신하지 못하면 나의 감각과 근면성이 일거에 의심받게 되는 단점이 있지만, 말 거는 사람 마다 “나 오늘 건드리지 마시오.”라고 일일이 얘기하는 것보다 얼마나 효율적인가? 특히 생일날 이 보다 더 쉽게 옆구리 찌르는 방법이 또 어디에 있을까? 별 생각 없어도 이 꼬리표 보고 한마디씩 해주는 것이 묵계인지라.

회사에서 일은 안하고 표 안 나게 잡담만 한다고 불평을 토하시는 사장님이 계시다면, 이는 아마 조금이라도 컴퓨터 어루만지기를 게을리하면 뜨면 ‘부재중’ 문구의 위력을 간과하셨음이라. 친구들에게 나 한가한 사람이라고 일부러 알릴 필요가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공마우스질이라도 해야 한다. 이만한 근무시간 자율규제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게다가 답하기 싫은 문구는 너무나도 자연스레 무시할 수 있다. 그런 날은 으레 모니터가 여러 가지 창문들로 가득 찰 것이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싫은 사람만을 아예 차단할 수도 있다. 그 차단 사실은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을 통해 당사자에게 알려질 테고, 굳이 내가 싫은 소리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반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내가 3명과도 동시에 대화할 수 있게 됨을. 이는 분명히 손가락 운동 능력, 정보 처리 능력,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연기력의 향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훌륭한 메신저라고 해서, 약간의 부작용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엄격하게 따지면 메신저 탓이 아닌 나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 하나가 발견되었다. 오래 간만에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났는데, 서로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보아왔으니,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어쩌다 생각나는 이야기 거리도 메신저로 했던 얘기인지 아닌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껏 만나서 한 얘기 또 하면, 관심 없는 사람 취급 받을 터이고.

발명은 불편함을 먹고 산다고 하지 않는가? 아예 실제로 만날 필요를 확 줄여버리게끔 메신저를 업그레이드 한다면 이런 부작용도 곧 사라질 것 아닌가? 근무시간에 들키지 않고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화상채팅은 아쉽지만 이용될 수 없다. 그러니 메신저에 내 감정상태를 읽어서 상대방에게 전달해주는 기능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마음에 없는 억지 글이 입력되면 빨간색 글씨가 날라가고, 내 기쁜 감정이 글로 다 표현되지 못한다면 무지무지 큰 글씨가 날라가게 하면 어떨까? 그리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예쁜 그림으로 전달될 수 있다면 … 이 글을 읽은 개발자들이 내게 감사해야 할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08/07/10 11:13 2008/07/10 11:13
 

연필

아침에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두고 나온 연필이 아쉽다. 얼마 전부터 연필을 들고 다니면서 쓰고 싶어졌다. 노트북, PDA, 핸드폰 등 디지털 병기로 인해 어릴 때부터 애써 연마해온 손가락 근육이 퇴화될까 걱정되어서 일까? 아니면, 어느 유명 소설가가 원고지에 연필로 원고를 쓰고 있다는 인터뷰 기사에 혹한 것인가? 실속 없이 겉멋만 자꾸 늘어간다는 자책감도 들고, 연필깎이, 필통도 같이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요즘 필기구들은 최신 기술로 무장하여 언제 어디서나 매끄러운 필기감과 빈틈 없이 고르고 선명한 색깔을 뽐내고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연필을 손으로 잡고, 거친 종이의 투박한 질감을 눌러가며, 연필색으로 부드럽게 써가는 느낌은 분명 이와는 다른 정감을 이야기 한다. 몸에 해롭다는 야단에 아랑곳하지 않고 심에 침 묻혀가며 열심히 쓰던 어릴 적 초등학생의 필기구나, 일하실 때 귓바퀴에 꽂혀 있던 우리들의 아버지 필기구는 분명 연필이어야 한다.

청바지도 일부러 헤어지게 해서 파는데, 연필도 몽당연필 만들어 팔면 어떨까? 볼펜깍지에 끼워서 말이다.
2008/07/08 14:51 2008/07/08 14:51
 

부끄러움

친구들과의 모임이 늦게 끝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횡단보도 앞에 신호 때문에 멈추어 섰다. 늦은 시간이고 자주 오지도 않는 버스라서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얼마 떨어진 거리도 아니건만, 기사 아저씨는 단호하게 거절하신다. 포기하고 돌아서는 순간 옆에 있던 친구가 큰 소리로 태워달라고 외친다. 친구가 약간 취한 상태임을 고려하여 재빨리 친구를 붙잡고 돌아섰다.

순간 무지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왜?’ 라는 의문이 들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거절해서? 버스 정류장도 아닌데 버스 문 열어달라고 부탁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 큰 소리로 소리지른 친구가 옆에 있어서? 아니면 그런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보다 현재 상황 정리하는 것을 우선시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서?
2008/07/04 11:27 2008/07/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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