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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18 [픽션] 불나방과의 대화 (8) - 박승민(풀칠아비)
  2. 2012/05/17 [픽션] 나이 먹어 감의 증거 (86) - 박승민(풀칠아비)
  3. 2012/05/16 [픽션] 대충 (82) - 박승민(풀칠아비)

[픽션] 불나방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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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 그 불나방은 분명 모닥불을 행해 날아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고 있소?”

그 불나방이 대답했다.
“곧바로 날아가서 먹이 찾다, 그대로 뒤돌아 올 거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오?”

“당신은 지금 곧게 날고 있는 것이 아니오.”

“무슨 말이오? 나는 지금 저 별빛을 계속해서 1시 방향에 두고 날고 있소. 멀리 있는 별빛을 한 방향에 두고 날면 곧게 갈 수 있음을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알고 있다오.”

“당신이 길잡이로 삼은 그 빛이 별빛이 아니라면 어쩔 것이오?”

“그럼 달빛이란 말이오?”

“별빛도 달빛도 아닌, 가까이에 있는 빛이라 생각해 보오. 당신의 방법 대로 라면, 당신은 나선을 그리며 점점 더 그 불빛으로 가게 될 것이오. 그리고 사실 그 불빛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 모닥불에서 나온 것인데, 닿는 순간 당신은 타 죽게 된다오.”

“별빛, 달빛 이외에는 들어본 적이 없소. 그리고 이것이 긴 세월 동안 우리가 살아온 방법이오.”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소?”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무엇을 믿고 길잡이로 삼을 수 있겠소? 그냥 가만히 있으란 말이오?
그러는 당신의 길잡이는 어느 빛이오? 그것이 별빛이란 것을 당신은 어떻게 알고 있소?”


***
벌써 또 금요일이네요.
한 주 마무리 잘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2/05/18 11:04 2012/05/18 11:04
 

[픽션] 나이 먹어 감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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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캠퍼스를 찾았다. 테니스 코트에서 교양 체육 실기 시험이 치러지고 있었다.

시험은 테니스 스트로크 랠리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운동 못하게 생긴 학생의 차례였다. 그 학생이 몇 번 공을 받아넘기니, 교수의 얼굴이 예상 밖이라는 표정을 잠시 비치고는 곧 어두워졌다. 틀린 자세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마침내 그가 실수하자, 교수의 얼굴이 편안해졌고, 시험은 끝이 났다.

어린 그 학생은 몰랐겠지만, 교수는 이런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얘가 아니면 누구를 C를 준단 말인가?’

이런 쓸데 없는 생각까지 하는 것이, 나이 먹어 감의 증거 아닐까, 내게는?

2012/05/17 11:10 2012/05/17 11:10
 

[픽션]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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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버스에서 한 친구를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요즘 뭐하고 지내냐?”

“나, 요즘 서체(書體)진단사 하고 있어.”

“서체진단사, 처음 듣는데. 어떤 일 하는 거야?”

“주로 회사에 들어온 자필 이력서의 글씨체 검토해서 지원자 성격 파악해주는 일을 해.”

“그런 일도 있구나.”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도 있잖아.”

그때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한참 뭐라고 잘 들리지 않게 조근조근 통화하던 친구가 분명하고 큰 소리로 이렇게 얘기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로 그건 안 되겠다. 미안하다. 나 지금 바빠서 전화 길게 못 하거든. 끊을게. 다음에 통화하자.”

전화 끊고 친구가 씩씩거리기에 물었다.
“무슨 전화였는데, 그렇게 화를 내니?”

“친구 전화인데, 자기 애 다니는 어린이집 애들 글씨체 진단 좀 해달라고 해서. 애들 글씨 스캔해서 메일로 보냈다면서, 다짜고짜로 학부모 모임 있는 내일 오후까지 해달라는 거야. 자기가 학부모 모임 총무인데, 아무것도 한 일이 없어서 그거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

“그게 그렇게 금방 되는 거니?”

“안 되지. 그런데 애들 거니까, 대~충 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우기네.”

“대충도 볼 수 있는 거니?”

“대충 봐도, 서체진단사가 대충 봤다고 얘기하겠니? 그냥 서체진단사가 그러더라 그러겠지. 그래서 나는 절대로 대충 보는 일은 하지 않지.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니까 말이야.”

“그러네. 안 된다니까, 그 친구가 뭐라고 해?”

“그런 것도 못 해주냐며 화를 내네. 벌써 내 얘기 다 해놓았다면서 말이야. 나는 한 번도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말이야.”

2012/05/16 11:05 2012/05/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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