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기사의 선택

결국 버스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을 열었다.

시내버스가 힘겹게 사람들을 토해내고 삼킨다음 막 출발한 순간, 옆에서 열심히 수다를 떨던 한 아줌마가 "아저씨"라고 외쳤다. 그리고 육중한 상체를 요란하게 움직이며 뛰어가는 듯 움직였다. 하지만 실상은 겉보기에만 요란할 뿐 전혀 빠른 발걸음이 아니었다.

아저씨가 문을 열어줄까? 요즘 시내버스도 첨단기술에 감염되어 앞차가 언제 출발했느니, 뒷차가 턱밑까지 따라 왔다는둥 운전기사 아저씨 마음 바쁘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미 출발했는데, 멈추고 다시 출발하는 것 또한 귀찮은 일 아닌가?

그런데 버스는 아줌마를 싣고 떠났다.

괘씸한 마음이 들어 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저씨는 왜? 힘겹게 팔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아줌마의 정성에 감복해서? 몇일 전에 뉴스에서 본 버스기사 폭력 사건이 생각나서? 아니면 뒷따라 오던 경쟁사 시내버스가 아줌마를 태워줄 것 같아서일까?

그리고 버스 기사 아저씨는 그 아줌마에게 한마디 했을까?

아마 나이 지긋한 아저씨였다면 아무 말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내 뜻대로 딱딱 맞아서 돌아가는 일이 별로 없고, 그래야 될 이유도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2008/05/30 09:51 2008/05/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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