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족 이야기 #12 – 뒷산 쪽 전문가

우치족 이야기 #2 – 기우제

또다시 우치족에 가뭄이 찾아왔다. 기우제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았음을 기억하는 우치족장 시금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웬만한 가뭄에는 마르지 않을 깊은 우물을 파기로 하였다. 그러나 우물을 깊게 판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이곳 저곳 무작정 땅을 파보자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시금치는 평소에 물 냄새 잘 맡는다고 소문난 사람들을 불렀다.

날치가 먼저 우치족장 앞에 나타났다.
“날치 자네가 이 집 저 집 우물자리 찾아주고, 조개 껍질 좀 모았다면서?”
“제가 다른 것은 좀 모자라도, 우물자리 찾는 것 하나만큼은 우치족에서 알아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뒤늦게 나타난 양상치가 끼어들었다.
“족장님, 우물자리는 이 양상치가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날치는 많이 찾기는 했지만, 헛삽질도 많이 했습니다.”
날치도 지지 않았다.
“양상치 자네는 찾은 우물이 전부 다해야 몇 개나 된다고 여기를 끼어드나?”

이렇게 시작된 둘의 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시금치 족장은 조그만 우물이라도 먼저 찾는 사람의 의견을 따라 깊은 우물자리를 찾겠다고 결정했다. 싸움이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족장은 마을을 반으로 갈라 앞산 쪽에서는 양상치가, 뒷산 쪽에서는 날치가 우물을 찾도록 하였다.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 둘 다 우물이라고는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시금치 족장이 둘을 불렀다.
“자네들 정말 우물자리 전문가 맞는가?”
양상치의 대답은 이러했다.
“족장님, 사실 저는 뒷산 쪽 우물자리 전문가 입니다. 그리고 날치는 앞산 쪽이고요.”
날치도 뒤에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2010/06/01 10:49 2010/06/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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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늘엔별 2010/06/01 11:04

    우째야 좋을랑가... ㅎㅎㅎ

    • 박승민(풀칠아비) 2010/06/03 11:16

      정말 어찌해야할까요? 하늘엔별님께서 우치족장이라면 말입니다. ㅎㅎㅎ

  2. Phoebe 2010/06/01 11:13

    ㅋㅋㅋ그럼 바꿔야지요. 하하하.....
    저러다 비오겠네요.ㅎㅎㅎ

    • 박승민(풀칠아비) 2010/06/03 11:18

      정말 저러다 또 비오면 어떡하지요? 그래도 시금치 족장은 계속해서 우물을 팔까요? ㅎㅎㅎ

  3. 모과 2010/06/01 11:32

    인간사회의 심리와 변명을 재미있게 묘사했네요. ㅎㅎㅎ

    • 박승민(풀칠아비) 2010/06/03 11:23

      그냥 밥그릇 싸움하는 모습에 대해서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

  4. KEN 2010/06/01 13:40

    핑계에 지나지 않네요. ㅎㅎㅎ
    자신하다가 결국 못 찾으니까, 도망갈 생각만 하는군요. ㅋㅋㅋ

    • 박승민(풀칠아비) 2010/06/03 11:28

      핑계이지요...
      만약 생업이라면 어떻게든 남은 밥그릇이라도 찾아야겠지요. ^^

  5. 촌스런블로그 2010/06/02 11:12

    ㅎㅎㅎ 역시 겸손해야 하는군요~~

    • 박승민(풀칠아비) 2010/06/03 11:29

      그렇지요.
      그런데 겸손하기만 하면 과연 내 밥그릇이 남아날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

  6. 미자라지 2010/06/02 14:47

    ㅋㅋㅋ핑계 대박...ㅋㅋㅋ

    • 박승민(풀칠아비) 2010/06/03 11:31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7. 바람꽃과 솔나리 2010/06/03 10:10

    더욱 목이 말라지는군요~ㅎ

    • 박승민(풀칠아비) 2010/06/03 11:34

      그렇네요. 우물 팔려면 아직도 한참 남은 것 같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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