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책

헌책방에서 책을 한 권 들고 결제하려는데 점원이 얘기했다.
"예전에 구매하셨던 책인데, 알고 계시죠?"

이런 질문 처음 받는 것이 아니다. 업무 매뉴얼에 들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반품 사유로 '모르고 또 구매'가 많았던 것일까? 제품 구매 이력이야 관리되겠지만, 점원의 질문이 업무에까지 포함될 정도라면 말이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설령 몰랐더라도 이때 놀라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부끄러우니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예."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유를 덧붙인다. 생각해낼 수 있는 핑계는 많지 않은가? 잃어버렸다든가, 선물용이라든가.'

책을 사 두고 읽지 않아서 샀는지도 모르고 또 사는 것이 부끄러워 말을 않고 그냥 또 사면, 책값이 아깝지 않은가 라고 물으실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해 그렇기는 한데, 대개 비싼 책이 아니었다. 비싼 책을 산 사실은 잘 안 잊혔다. 비싼 책이었으면 아무 말 없이 계산대에서 돌아섰을 것이다.



2021/02/26 08:47 2021/02/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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