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

아침 일찍 건넨 사장보고 자료를 보고, 부장이 김씨를 부른 것은 오후 다섯 시 무렵이었다.
“여기 ‘경쟁력 제고’라고 쓴 것 말이야? ‘제고’말고 다른 말 없나? 너무 식상하잖아. 가서 좀 바꿔봐.”

삼십 분 후에 김씨는 ‘경쟁력 키우기’라고 적어갔다가, 부장에게 무슨 초등학교 발표하냐고 왕창 깨졌다. 그리고 ‘경쟁력 강화’라고 고쳐갔다. 제고나 강화나 식상하기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또 야단 맞았다. 퇴근시간 다 되어 김씨가 ‘경쟁력 업그레이드’라고 적어가자, 부장은 김씨를 앞에 두고 어디에다 전화를 했다.
“난데, 지난 번에 그쪽 부에서 만들었던 자료 중의 문구 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말이야. 영 생각이 안 나네. 밑의 애들한테 시켜도 답도 안 나오고. 그때 경쟁력 키우자는 것을 뭐라고 했었지? …… ‘제고’라고? 그것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알았네.”
전화를 끊은 부장은 김씨에게 좀 더 생각해보라고 시켰다.

김씨는 얼굴 식히려 화장실에 갔다. 옆 부서에 있는 동기 이씨가 있길래 한마디 건넸다.
“너는 왜 퇴근 못하냐?”
“우리 부장이 어디선가 봤다는 이름도 모르는 세련되고 깔끔한 폰트를 찾아야 하거든. 정말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너는 어떠냐?”
김씨가 대답했다.
“나도 마찬가지지. 그래도 이런 것만 해도 월급 주는 좋은 회사잖아.”

“언제 퇴근할 것 같아?”
“부장 졸리면, 그만 하자 그러겠지.”

2010/04/27 10:25 2010/04/27 10:25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Phoebe 2010/04/27 10:49

    하하하...
    제목만 고민해도 월급주는 회사...흠...
    웬지 제목 그럴싸하게 만들어 글올리면 메인에 뜨는 여느 포털 사이트 생각이 떠오르네요.ㅎㅎㅎ
    들어가보면 낚시라는 느낌 받고 열받아나오는 ...ㅎㅎㅎ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0:52

      ㅎㅎㅎ 저는 그 제목을 잘 못 지어서 이 모양인가 봅니다. ㅎㅎㅎ

  2. killerich 2010/04/27 11:04

    ㅎㅎㅎ..동감이요^^..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0:56

      동감하신 것을 부장님께서 아시면 어떡해요? 조용한 글씨로 남기셔야지요...험험

  3. 커피믹스 2010/04/27 11:07

    ㅎㅎ 제목이 경쟁력이죠 ㅋㅋㅋ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01

      바쁘고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어떡하든지 우선 관심을 끌어야하기도 하지요. ^^

  4. 에우르트 2010/04/27 11:10

    좋은단어 선정하는것은 참 어려운것 같아요~
    무언가를 쓴다는것 자체가 어려운거일지도.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03

      글을 씀에 단어 하나 고르기도 무지 힘들고 정성을 들여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합니다.

  5. 보시니 2010/04/27 11:27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한 광고 카피에 대한 고민도 아니고..
    단순 보고서를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한 시간낭비...ㅎㅎ
    블로그 글 쓸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처럼 고민없이 쓰는 단어들은 참.... 없어 보이긴 합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07

      보시니님께서 쓰시는 멋진 여행글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없어보이다니요...아닙니다.

  6. 하늘엔별 2010/04/27 11:52

    상사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걸로 볶으면 돌아버리지요. ㅎㅎ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08

      리더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

  7. 하수 2010/04/27 12:07

    ㅎㅎㅎ 한참 웃다가 갑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11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8. 바람꽃과 솔나리 2010/04/27 12:13

    좋은 부장님 만나는 것도 행복일 것 같네요~ㅎㅎ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14

      직장에서 좋은 상사 만나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9. 카타리나 2010/04/27 12:17

    직장생활에 있어 좋은 상사를 만나는것도 행운이고 경쟁력이라는 ㅋㅋ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16

      엄청난 복이고 행운이지요... ^^

  10. 모과 2010/04/27 13:00

    답답한 부장 만났네요.
    그런데 사실 저런 일이 많다는 것이 문제 같아요.^^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22

      자기도 원하는 것을 모르면서 무작정 시키기만 하는 상사 만나면
      정말 닫답하지요.

  11. KEN 2010/04/27 13:02

    부장 졸리면 그만하자 그러겠지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
    항상 재미나네요.. ㅎㅎ
    날씨는 비록 꾸리하지만 기분 좋게 보내세요? ^^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27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날씨도 이상하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12. 라오니스 2010/04/27 13:32

    마지막 이씨의 반전(?)이 재밌네요... ㅎㅎ
    이씨와 같은 마음을 들게 하는 회사.. 오래 못 갈 것 같아요.. ^^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29

      오래 못가면 어떡하지요? 김씨 또 새직장 구해야 하나요? ㅎㅎㅎ

  13. 네포무크 2010/04/27 15:56

    ㅋㅋ 없애버리고 싶은 상사네요 .
    진짜 쓰잘데 없는걸로 경쟁력 갉아먹고 있다는...
    오늘도 즐건 하루 보내세요~~ ^^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33

      없애시다니요? 어떻게요? 너무 과격하신 것은 아닌지 ? ㅎㅎㅎ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14. 비바리 2010/04/27 17:01

    옛날 은행 다닐적 일들이 떠오르네요.
    ㅎㅎ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34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가보네요? 궁금해지는데요. ^^

  15. 펨께 2010/04/27 17:52

    ㅎㅎㅎ저도 피비님 말에 한표 던집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38

      저도 낚시의 아픈 경험이 생각나네요. ㅠㅠ

  16. mami5 2010/04/27 21:30

    글을 보니 머리에 쥐가날 것 같으네요..ㅋㅋㅋ
    좋은 문구 생각하느라..^^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42

      이미 고민하신 것 조금 더 하셔서, 좋은 문구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김씨한테 전하겠습니다. ^^

  17. 오지코리아 2010/04/27 22:38

    아직 시대의 흐름을 못 읽고 있는 상사네요.
    경쟁력을 키울려면 제목이 중요한게 아니라 실행방안이 아닌감..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43

      어디든 리더의 역량과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18. 책요리사 2010/04/28 05:56

    제고, 키우기, 강화, 업그레이드. 다 나쁘지 않은데 더 나은 어휘를 통해 완벽을 추구하는 부장님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네요. 아마 이 회사가 아직 직원들 월급 주는 건 부장님의 그런 완벽주의 때문인듯. ㅋㅋ! 내가 사원이라면 뭐라고 했을까? 그냥..."식사하러 가시죠?"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8 11:49

      부장님의 장인정신을 지적해주셨군요. ㅋㅋㅋ
      식사하러 가자는 얘기에 부장님이 "그러고도 밥이 넘어가나?"라고 얘기하면
      어떡하지요? ㅎㅎㅎ

  19. 해피플루 2010/04/28 12:41

    하하하~ 부장 졸리면..
    정말 현실성 있는 기준이네요.ㅋㅋ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9 10:46

      정말 실제로 있음직한 상황아닌가요? ^^

  20. 유아나 2010/04/28 20:03

    개쉬키(부장한테 하는 말입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9 10:47

      속이 다 후련해집니다. 고맙습니다. ^^

  21. 굄돌 2010/04/29 07:58

    부장 졸리면...
    아직도 그런 직장 있지요?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29 10:49

      분명 아직도 그런 직장 있다고 생각됩니다. 답답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22. mark 2010/04/30 00:36

    이런 상사 밑에 일하게되면 자연 씨니컬 하게 되지요. 자기는 생각하지 않고 밑에서 해온것에 시비나 거는 그런 상사는 없어져야겠지요?

    • 박승민(풀칠아비) 2010/04/30 10:28

      리더는 역시 솔선수범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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