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건넨 사장보고 자료를 보고, 부장이 김씨를 부른 것은 오후 다섯 시 무렵이었다.
“여기 ‘경쟁력 제고’라고 쓴 것 말이야? ‘제고’말고 다른 말 없나? 너무 식상하잖아. 가서 좀 바꿔봐.”
삼십 분 후에 김씨는 ‘경쟁력 키우기’라고 적어갔다가, 부장에게 무슨 초등학교 발표하냐고 왕창 깨졌다. 그리고 ‘경쟁력 강화’라고 고쳐갔다. 제고나 강화나 식상하기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또 야단 맞았다. 퇴근시간 다 되어 김씨가 ‘경쟁력 업그레이드’라고 적어가자, 부장은 김씨를 앞에 두고 어디에다 전화를 했다.
“난데, 지난 번에 그쪽 부에서 만들었던 자료 중의 문구 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말이야. 영 생각이 안 나네. 밑의 애들한테 시켜도 답도 안 나오고. 그때 경쟁력 키우자는 것을 뭐라고 했었지? …… ‘제고’라고? 그것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알았네.”
전화를 끊은 부장은 김씨에게 좀 더 생각해보라고 시켰다.
김씨는 얼굴 식히려 화장실에 갔다. 옆 부서에 있는 동기 이씨가 있길래 한마디 건넸다.
“너는 왜 퇴근 못하냐?”
“우리 부장이 어디선가 봤다는 이름도 모르는 세련되고 깔끔한 폰트를 찾아야 하거든. 정말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너는 어떠냐?”
김씨가 대답했다.
“나도 마찬가지지. 그래도 이런 것만 해도 월급 주는 좋은 회사잖아.”
“언제 퇴근할 것 같아?”
“부장 졸리면, 그만 하자 그러겠지.”
“여기 ‘경쟁력 제고’라고 쓴 것 말이야? ‘제고’말고 다른 말 없나? 너무 식상하잖아. 가서 좀 바꿔봐.”
삼십 분 후에 김씨는 ‘경쟁력 키우기’라고 적어갔다가, 부장에게 무슨 초등학교 발표하냐고 왕창 깨졌다. 그리고 ‘경쟁력 강화’라고 고쳐갔다. 제고나 강화나 식상하기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또 야단 맞았다. 퇴근시간 다 되어 김씨가 ‘경쟁력 업그레이드’라고 적어가자, 부장은 김씨를 앞에 두고 어디에다 전화를 했다.
“난데, 지난 번에 그쪽 부에서 만들었던 자료 중의 문구 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말이야. 영 생각이 안 나네. 밑의 애들한테 시켜도 답도 안 나오고. 그때 경쟁력 키우자는 것을 뭐라고 했었지? …… ‘제고’라고? 그것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알았네.”
전화를 끊은 부장은 김씨에게 좀 더 생각해보라고 시켰다.
김씨는 얼굴 식히려 화장실에 갔다. 옆 부서에 있는 동기 이씨가 있길래 한마디 건넸다.
“너는 왜 퇴근 못하냐?”
“우리 부장이 어디선가 봤다는 이름도 모르는 세련되고 깔끔한 폰트를 찾아야 하거든. 정말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너는 어떠냐?”
김씨가 대답했다.
“나도 마찬가지지. 그래도 이런 것만 해도 월급 주는 좋은 회사잖아.”
“언제 퇴근할 것 같아?”
“부장 졸리면, 그만 하자 그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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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제목만 고민해도 월급주는 회사...흠...
웬지 제목 그럴싸하게 만들어 글올리면 메인에 뜨는 여느 포털 사이트 생각이 떠오르네요.ㅎㅎㅎ
들어가보면 낚시라는 느낌 받고 열받아나오는 ...ㅎㅎㅎ
ㅎㅎㅎ 저는 그 제목을 잘 못 지어서 이 모양인가 봅니다. ㅎㅎㅎ
ㅎㅎㅎ..동감이요^^..
동감하신 것을 부장님께서 아시면 어떡해요? 조용한 글씨로 남기셔야지요...험험
ㅎㅎ 제목이 경쟁력이죠 ㅋㅋㅋ
바쁘고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어떡하든지 우선 관심을 끌어야하기도 하지요. ^^
좋은단어 선정하는것은 참 어려운것 같아요~
무언가를 쓴다는것 자체가 어려운거일지도.
글을 씀에 단어 하나 고르기도 무지 힘들고 정성을 들여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합니다.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한 광고 카피에 대한 고민도 아니고..
단순 보고서를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한 시간낭비...ㅎㅎ
블로그 글 쓸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처럼 고민없이 쓰는 단어들은 참.... 없어 보이긴 합니다.^^;;
보시니님께서 쓰시는 멋진 여행글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없어보이다니요...아닙니다.
상사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걸로 볶으면 돌아버리지요. ㅎㅎ
리더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
ㅎㅎㅎ 한참 웃다가 갑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부장님 만나는 것도 행복일 것 같네요~ㅎㅎ
직장에서 좋은 상사 만나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직장생활에 있어 좋은 상사를 만나는것도 행운이고 경쟁력이라는 ㅋㅋ
엄청난 복이고 행운이지요... ^^
답답한 부장 만났네요.
그런데 사실 저런 일이 많다는 것이 문제 같아요.^^
자기도 원하는 것을 모르면서 무작정 시키기만 하는 상사 만나면
정말 닫답하지요.
부장 졸리면 그만하자 그러겠지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
항상 재미나네요.. ㅎㅎ
날씨는 비록 꾸리하지만 기분 좋게 보내세요?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날씨도 이상하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마지막 이씨의 반전(?)이 재밌네요... ㅎㅎ
이씨와 같은 마음을 들게 하는 회사.. 오래 못 갈 것 같아요.. ^^
오래 못가면 어떡하지요? 김씨 또 새직장 구해야 하나요? ㅎㅎㅎ
ㅋㅋ 없애버리고 싶은 상사네요 .
진짜 쓰잘데 없는걸로 경쟁력 갉아먹고 있다는...
오늘도 즐건 하루 보내세요~~ ^^
없애시다니요? 어떻게요? 너무 과격하신 것은 아닌지 ? ㅎㅎㅎ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옛날 은행 다닐적 일들이 떠오르네요.
ㅎㅎ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가보네요? 궁금해지는데요. ^^
ㅎㅎㅎ저도 피비님 말에 한표 던집니다.
저도 낚시의 아픈 경험이 생각나네요. ㅠㅠ
글을 보니 머리에 쥐가날 것 같으네요..ㅋㅋㅋ
좋은 문구 생각하느라..^^
이미 고민하신 것 조금 더 하셔서, 좋은 문구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김씨한테 전하겠습니다. ^^
아직 시대의 흐름을 못 읽고 있는 상사네요.
경쟁력을 키울려면 제목이 중요한게 아니라 실행방안이 아닌감..
어디든 리더의 역량과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제고, 키우기, 강화, 업그레이드. 다 나쁘지 않은데 더 나은 어휘를 통해 완벽을 추구하는 부장님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네요. 아마 이 회사가 아직 직원들 월급 주는 건 부장님의 그런 완벽주의 때문인듯. ㅋㅋ! 내가 사원이라면 뭐라고 했을까? 그냥..."식사하러 가시죠?"
부장님의 장인정신을 지적해주셨군요. ㅋㅋㅋ
식사하러 가자는 얘기에 부장님이 "그러고도 밥이 넘어가나?"라고 얘기하면
어떡하지요? ㅎㅎㅎ
하하하~ 부장 졸리면..
정말 현실성 있는 기준이네요.ㅋㅋ
정말 실제로 있음직한 상황아닌가요? ^^
개쉬키(부장한테 하는 말입니다.)
속이 다 후련해집니다. 고맙습니다. ^^
부장 졸리면...
아직도 그런 직장 있지요?
분명 아직도 그런 직장 있다고 생각됩니다. 답답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이런 상사 밑에 일하게되면 자연 씨니컬 하게 되지요. 자기는 생각하지 않고 밑에서 해온것에 시비나 거는 그런 상사는 없어져야겠지요?
리더는 역시 솔선수범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