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족 이야기 #3 - 왜 그가 계속?

우치족 이야기 #1
우치족 이야기 #2

우치족은 부족의 전 가장이 참여하는 부족회의를 통해 중요한 일을 결정한다. 이렇게 결정된 중요한 일의 실행은 주로 청장년들의 몫이었는데, 그들 중에서 선출된 7명이 수시로 모여서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것들을 결정하였다.

이 7인 회의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에게 주어진 코코넛 열매를 들고 그 단물을 한 모금 마셔야만 발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 마셔버린 사람은 발언권이 주어지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다.

신성한 숲 속의 우치 버섯 밭을 발견한 유명세 덕에 가물치도 일찌감치 이 7인 회의의 일원으로 선출되었다. 시계가 없는 우치족은 이 7인 회의를 항상 해가 중천에 떠있는 정오에 시작했다. 가물치는 자신 때문에 남이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항상 조금 일찍 회의장소로 갔다. 제일 먼저 도착하는 가물치는 회의장소에 쌓여있는 코코넛 열매들 중에서 크기가 비슷한 것으로 7개를 골라 마시기 쉽도록 구멍을 뚫어두었다.

7인 회의가 열리는 어느 흐린 날, 아침에 우치 버섯을 과식한 가물치는 배꼽시계가 고장 나서 7인 회의에 지각하고 말았다. 한참 늦게 도착한 가물치는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여가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어디를 둘러봐도 자신의 코코넛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느 누구도 코코넛을 들고 있지 않았다.

가물치는 코코넛이 없는 이유를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의 대답은 이러했다. “하던 사람이 해야, 빨리 잘 하지.”

2009/12/11 10:49 2009/12/11 10:49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푸른솔™ 2009/12/11 11:29

    ㅎㅎㅎ

    우치족...다른 사람들은 이미 가물치가 와서 해주리라 기대했었군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2/14 11:54

      살다보면, 우리들중 누구 하나가 해야될 일을 그 중 마음 약한 사람이 계속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가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2. 뽀글 2009/12/11 11:38

    제가 퇴근이 늦어 집에가보면 밥안하고기다리는 남편이군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2/14 12:01

      아, 제가 왠지 남편분께 한소리 들을 것 같네요. 이 포스팅때문에..ㅎㅎㅎ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3. Phoebe 2009/12/11 11:49

    저도 가물치같은 사람이 필요해요.ㅎㅎㅎㅎ

    • 박승민(풀칠아비) 2009/12/14 12:05

      ㅎㅎㅎ Phoebe님은 이번에도 재미있는 댓글 달아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4. 바람꽃과 솔나리 2009/12/11 17:20

    너무 부지런해도 탈인 것 같습니다.
    모두 믿고 맡기니까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2/14 12:11

      그러게요.
      그러면서 고마워하기는 커녕 당연하게 생각한다는게 더 큰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5. 펨께 2009/12/11 20:27

    ㅎㅎ저는 잠깐 국회의사당을 생각했답니다.
    미련한것도 탈이지만 부지런한것도 별 이득이 없네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2/14 12:13

      부지런한 것이나 착한 모습을 약한 것으로 보고 집요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지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6. big-bite 2009/12/12 10:12

    나 아닌 누군가가 잡스러운 일을 해 주길 바라는 마음...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2/14 12:22

      저도 누군가 무엇을 해주는 것에 대해서 이유없이 당연시 하고 있지는 않나
      반성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7. 블루버스 2009/12/12 17:35

    제가 하지 않아도 항상 되어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걸리는걸요.
    누군가가 분명 하고 있는데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 박승민(풀칠아비) 2009/12/14 12:23

      저도 새삼 반성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8. 라오니스 2009/12/12 21:57

    다른 사람들 버릇을 잘못 들여놨군요... 치..
    우치족에서 정치하는 사람들도 자기들 편한데로 유치하게 구는건가요.. ^^

    • 박승민(풀칠아비) 2009/12/14 12:24

      사람사는 곳은 다 똑깥지 않을까요? ^^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9. 탐진강 2009/12/13 16:20

    우리네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는군요.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말이지요 ^^;

    • 박승민(풀칠아비) 2009/12/14 12:28

      '우리네 세상의 단면'이라,
      정말 이런 것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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