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족 이야기 #1

먼 옛날 깊은 산속에 우치라는 이름의 부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우치라는 식용버섯을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 부족의 이름조차 우치라고 지었다고 한다.

마을 뒤쪽으로는 신성한 숲이 있었다. 딱히 누가 출입을 막지도 않았지만, 들어가라고 해도 들어갈 사람도 없었다. 오랜 세월 숲이 너무 우거져 길을 잃을까 두렵기도 했고, 무서운 소문도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치족의 한 청년 가물치가 호랑이에게 쫓겨 정신 없이 도망치다 그 신성한 숲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이틀 밤낮 숲 속을 헤매다 간신히 그는 마을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넓은 우치 버섯 자생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틀 동안 버섯으로 배를 채웠을 뿐만 아니라, 주머니 가득 버섯을 채워갈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친구 꽁치를 만났다. 가물치의 버섯을 본 꽁치는 길 안내를 부탁했다. 가물치는 친구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길 안내를 했고, 꽁치도 버섯을 잔뜩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며칠 후 가물치는 신성한 숲 바로 앞에서 조개 껍질 10개만 내면 하루 동안 우치 버섯 밭으로 데려다 준다는 안내 표지를 들고 있는 꽁치를 발견했다. 꽁치가 그렇게 해서 조개 껍질을 많이 모으고 있다는 동네 소문을 사실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꽁치는 조개 껍질 내는 사람을 눈을 가린 채 그 곳으로 데리고 갔고, 자기도 같이 버섯을 따왔다는 것이다. 가물치도 부랴부랴 그 옆에다 간판을 내걸었다.

가물치는 시작은 늦었지만, 꽁치보다 조개 껍질을 더 벌어보겠다는 욕심으로 양상치를 고용했다. 길을 가르쳐 주고 길 안내를 시키면 길 안내만으로도 하루에 조개 껍질 20개를 벌 수 있다는 속셈이었다. 그런데 며칠 가지 못했다. 양상치가 꽁치와 가물치 보다 백 미터 더 마을 가까운 곳에 새로 길안내 간판을 내 건 것이다. 그것도 조개 껍질 7개에 말이다.

더 이상의 고용은 없었고, 가격은 조개 껍질 7개로 떨어졌다. 이들의 소식을 들은 우치족 최고의 부자인 금부치가 이들 셋을 집으로 불렀다. 큰 돈을 주고 이들로부터 길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길을 절대 알려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물론 그들도 은퇴를 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금부치는 다시 자신의 다섯 아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길안내 가격도 조개 껍질 15개로 올렸다. 그러다 금부치는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버섯을 몽땅 수확하는 것이 훨씬 수입이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섯 출하 물량도 조절할 수 있어 버섯 가격까지 높일 수 있다는 계산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서 그는 버섯 밭 안내를 중단했냐고? 아니다. 아들들에게 버섯의 채취가 거의 끝난 곳으로만 사람들을 안내하도록 시켰다. 길 안내 가격을 옛날처럼 조개 껍질 7개로 재조정한다는 선심성 광고와 함께 말이다.

길 안내 받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길에 불만을 토하면, 그 다섯 아들들은 이제는 이곳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버섯이 많이 줄었다고 얘기했다. 차츰 더 불만이 심해지자 금부치는 조개 껍질 50개를 받고, 비밀유지 약속과 함께 버섯 거의 없는 버섯 밭 가는 길을 가르쳐주었다.

며칠 후 우치족 서점에는 작자 미상의 ‘신성한 숲 속의 우치버섯 밭으로 가는 지도’가 조개 껍질 1개에 팔리고 있었다.

2009/11/20 11:42 2009/11/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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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솔™ 2009/11/20 12:08

    오호~
    이 글..짧지만 꽤나 흥미롭습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4:06

      다른 날보다 길이 조금 길어서 걱정했었는데,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2. 뽀글 2009/11/20 12:10

    풀칠아비님 글 읽는데 점심먹으러 가자고 직원들이 난리를 쳐서 가야겠어요..
    갔다와서 읽을ㄲㅇ메료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4:11

      점심은 맛있게 드셨나요?
      역시나 오늘 글이 너무 길었군요. 반성하겠습니다. ㅎㅎㅎ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3. Phoebe 2009/11/20 12:28

    그 책의 저자가 너무도 궁금하군요.ㅎㅎㅎㅎ
    재치있는 이야기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4:18

      누구일까요? 한번 맞혀보세요. ㅎㅎㅎ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4. 마인드맨 2009/11/20 12:30

    하하!~~ 재밌어요.

    '치'자 돌림 마을이군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4:22

      괜찮은 '치'자 돌림 있으면, 알려주세요.
      다음 이야기에 등장시키게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5. 하수 2009/11/20 12:38

    ㅎㅎㅎ 재밌게 보고 갑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4:29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6. 모모군 2009/11/20 13:12

    다음편이 기대 됩니다. ^^ 좋은 주말 되세요 : )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4:59

      어쩔 수 없이 다음편 쓰야겠네요. ㅎㅎ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7. 저녁노을 2009/11/20 13:58

    잘 보고 가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5:03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8. big-bite 2009/11/20 14:35

    호오~ 개인적으로 풀칠아비님의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지난번 공룡이야기, 돼지이야기에 이어서 이번에는 X치 이야기군요. 마치 3 치는 중소기업을, 금부치는 대기업 같은데요. 작가미상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대박 나서 돈 많이 벌었겠습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5:06

      이제는 또 무슨 얘기를 써야 할까요? 걱정이네요. ㅎㅎㅎ
      작가가 누구일까요? 한번 상상해보세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9. 이야기손 2009/11/20 14:37

    재미 잇는 이야기 속에 심오한 삶의 모습을 심어놓으셨네요.
    숙연해집니다.
    김장철에 울고 웃을 사람들...
    우리의 농촌을 지키는 분들의 소중한 손길.....
    이율배반적인 사람들......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
    좀 슬픕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5:12

      부족한 글 세세히 읽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슬프지만 누구나 치열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10. 영웅전쟁 2009/11/20 15:27

    박승민님 글이군요...
    저는 그런 내음이 나는군요.
    언제나 생각하시게 하는
    글들을 올려주시고 마음에 담아가곤 하는데
    오늘도 그런 것으로 봐서는 ㅎㅎㅎ
    역시 멋진 글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좋은 기억으로 남는 오늘이시길 바랍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5:31

      영웅전쟁님의 과분한 듯한 이 고마운 댓글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기억으로
      남는 오늘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11. 라오니스 2009/11/20 15:38

    풀칠아비님은 재치가 넘치시는군요...
    오늘 김장김치를 앉아서 했더니.. 명치가 괜히 아프네요.. ㅋㅋ
    재치있는 글 많이쓰면.. 새치가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
    꽁치구이에 막걸리 혼자먹으면 치사하겠죠.. 치치.. ^^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8:58

      아, 그래서 요즘 부쩍 새치가 많아졌나 봅니다. ㅎㅎㅎ
      그렇게 맛있는 것을 혼자드시면 정말 치사하지요.
      누군가 정말로 명치를 아프게 할지도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 글보다 라오니스님 댓글이 훨씬 더 재미있는데, 어떡하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12. 펨께 2009/11/20 19:14

    ㅎㅎ동물중에서 최고의 이기주의자 인간의 모습을 그려주신것 같네요.
    좋은 주말 맞이하세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1 11:13

      '동물중에서 최고의 이기주의자인 인간' 정말 날카로운 표현이십니다.
      고맙습니다. 펌께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13. 종이술사 2009/11/20 19:53

    아 아직 이야기 끝이 안난거군요 !
    재밌게 보고 갑니다 ㅎ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1 11:17

      혹시 제목 뒤에 번호달아두면 다음 이야기가 생각날까 하는 욕심에 #1라고 적은 것인데...
      뭔가 끝이 부족들 하신가 보네요.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다음 이야기를 적어야 하는 분위기네요.
      오늘 이라도 우치족장 멱살 잡고 얘기 보따리 내놓으라고 해야겠네요. ㅠㅠ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4. 바람꽃과 솔나리 2009/11/20 21:03

    항상 욕심이 문제로군요...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1 11:27

      정말 오늘 글은 끝이 부실했나 봅니다. ㅠㅠ
      어쩔 수 없이 다음편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은 생각이 나질 않네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5. 한수지 2009/11/21 13:03

    가슴이 뜨끔합니다...
    저도 치 자 돌림인지라,,, 우리 모두...
    곧 좋은 책을 하나 만날수 있을거란 생각이듭니다

    저에게 다음이나 기타 포탈에서 풀칠아비님의 탈무드로 가는 지도를
    독점판매 할 수 있는 판권을 제게 주실수 없을런지요?
    우선 조개껍질 1000냥 제시합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2 21:34

      조개겁질 1000냥이라... 살짝 구미가 담기긴 하는데 말입니다.
      제가 가진 것이 탈무드가 아닌 '털무드'로 가는 지도라는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서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ㅎㅎㅎ

      재미있는 댓글에 더더욱 감사드려야 할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휴일 마무리 잘 하시고 한 주 또 힘차게 열어가시기 바랍니다.

  16. 버섯공주 2009/11/22 01:44

    와- 다음편도 기대되네요. ^^ 잘보고 갑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2 21:51

      다음편 언제나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되네요..
      고맙습니다. 휴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한 주 열어가시기 바랍니다.

  17. 내영아 2009/11/22 09:41

    오호... 직접 만든 이야기신가요.
    무척 흥미롭네요.

    우리삶을 제대로 꼬집은듯한... ㅎㅎ
    잘보고갑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2 21:56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휴일 마무리 잘 하시고, 한 주 힘차게 열어가시기 바랍니다.

  18. 블루버스 2009/11/22 12:42

    스토리가 재미있습니다. 다음 편이 궁금해 지는데요.ㅎㅎ
    한수지 님의 댓글에서 또 한번 터졌습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2 22:01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한수지 님 댓글이 더 재미있지 않나요? ㅎㅎㅎ
      휴일 마무리 잘 하시고, 한 주 또 힘차게 열어가시기 바랍니다.

  19. mark 2010/02/11 19:20

    #7을 읽다가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불야불야 #1까지 찾아 올라왔습니다요.

    • 박승민(풀칠아비) 2011/03/11 16:28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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