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되지 않은 우리네 삶의 모습 #1

책이라도 좀 읽어볼 요량으로 구청에서 운영하는 독서실을 찾았다. 취업 준비하는 대학생들, 자격시험 준비하는 아저씨들, 어느 자리를 둘러봐도 절실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자리에 앉아 책을 막 펼쳤을 때였다. 건물 밖에서 확성기를 통해 엄청나게 큰소리의 노래와 구호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벌떡 일어서서, 창 밖을 살폈다. 그리고는 그냥 다시 자리에 앉았다.

노래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짜증 반 호기심 반으로 창 밖을 내다보았다. 길 건너편 빌딩 앞에서 어떤 회사 노조원들이 모여 앉아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 추운 날 길거리에 앉아있을 만큼 그들도 절박했다.

농성하는 사람들 찾아가서, 당신네 사주(社主)가 사무실 위치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아서 당신들 더 이상 떠들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머리에 붉은 띠 매고 있는 사람들은 자격시험 준비하는 아저씨에게 오늘은 집에 가서 공부하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나도 좀 더 치열한 나의 전투 현장에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불안감에 자리를 떠났다.

2009/11/19 10:40 2009/11/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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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솔™ 2009/11/19 11:03

    그 참...
    누구에게나 절박함은 있기 마련인데...
    서로 상충된 의견이 만났을 때의 말못할 심정이란...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19 11:19

      살다보면 서로 절대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부딪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더라구요. 그런 것들이 진짜 사는 모습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고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2. 뽀글 2009/11/19 11:36

    항상 보면 생각하는건데 풀칠아비님 보면 이외수 선생님들 글이 생각나요..
    한번 보세요^^ 왠지 비슷한면이많은거 같거든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19 12:05

      이외수 선생님 화 내실까 두렵네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3. 하수 2009/11/19 11:46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ㅠㅠ;;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19 12:06

      그저 난감할 뿐이지요...
      답도 없는 것 같고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4. 한수지 2009/11/19 11:49

    진짜 남감하지만
    집단행동중이라 눈에 뵈는게 없죠 원래
    감수하샤야 겠습다 ㅡ.ㅡ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19 12:07

      ㅎㅎㅎ 별 수 없지요.
      그들도 절박하고.. 모두들 절박하니...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5. 수우 2009/11/19 12:15

    진짜... 엄청 난감하네요;;; ㅠㅠ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19 12:17

      살다보면, 그냥 이런 난감한 일들이 일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보았습니다. 모두들 생존을 위한 전투중이니까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6. Phoebe 2009/11/19 12:55

    요건 단순한 저라도 고민좀 해볼듯 한데요.
    차라리 빠져나오신게 현명하신 선택이었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19 13:02

      세상에는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답업는 문제가 많은 것 같아 적어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7. 저녁노을 2009/11/19 14:34

    추운날 바닥에 앉은 농성장 사람들의 절박함이 연상되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3:30

      절박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생계가 달려있는데 ...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8. 냥냥 2009/11/19 14:36

    도서관에 가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 헤이헤진 자신에게 힘을 주는 것 같아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3:34

      저도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마음 다잡을 때가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9. 펨께 2009/11/19 19:11

    난감한 상황이였을것 같아요.
    이럴때 저는 어떤식으로 대응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하게되네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3:38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 생각합니다.
      모두들 생계가 달린 문제이니까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10. mark 2009/11/20 00:19

    내 주장만 하고 남을 배려하지 아나는 그런 시위는 지양해야지요.
    그런 것을 막으면 그런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합니다.
    자유도 정당한 사유와 법으로 허용하는 한테서 자유를 누릴 수있는 건데..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3:46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말씀대로 배려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1. big-bite 2009/11/20 09:42

    교착상태이지요, 어느 누구도 양보할 수가 없는 서로 물리는 관계. 살다보면 의외로 많이 발생하는데 해결 방법은 어렵고 마음이 아픈 상황이지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0 13:48

      '교착상태'라 딱 맞는 멋진 표현이네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2. 바람꽃과 솔나리 2009/11/20 21:10

    어려운 현실을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한나라 당사가 근처에 있어서 ...
    자주 보는 상황입니다.
    추위에 식판들고 식사하는 전경들도
    보고 있으면 가슴아프구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21 11:11

      이런 것들이 어쩌면 오늘날 우리네 삶의 솔직한 모습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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