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하오리까?

비바람에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졌다. 꼭 이런 날은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하게 된다. 약속장소도 건물 밖이기 마련이고. 다행히 근처에 있는 커피가게가 눈에 띄었다. 마침 유리창도 크게 나있으니, 따뜻하게 앉아서 창 밖을 보며 기다릴 요량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커피를 받아 들고 창가자리에 앉기 전에, 지갑을 주머니에 넣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그때 종업원이 큰소리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라고 외친다.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지만, 좁은 가게에 손님이라고는 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종업원이 여기서 먹을 것인지, 들고 나갈 것인지를 묻지도 않았던 것 같다. 주문 받으면서도 옆에 서있는 점장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았는데, 신입인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찌 해야 하는가? 인사를 받았으니, 나가야 하는가? 그냥 자리에 앉으면 인사한 사람 민망해지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돌아서서 “여기서 마시고 갈 건데요?”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테이크아웃 여부를 묻지 않은 종업원이 야단 맞을까? 창 밖을 보니 아까보다 비도 더 많이 내리고, 바람도 더 많이 부는 것 같다. 어찌 하오리까?

일어선 채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는 척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민하는 사람 흉내를 냈다. 그리고 ‘그래, 결정했어!’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때 ‘땡’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그 종업원은 또다시 우렁찬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 …… ’ 라고 외친다.

왜 이렇게 혼자 쓸데 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일까? 어쭙잖은 연극 흉내는 또 무엇이었단 말인가?

2009/11/17 12:43 2009/11/17 12:43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한수지 2009/11/17 13:17

    ㅎㅎㅎ 넘 복잡하게 생각하셨군요
    ㅎㅎ 주신 책은 정말 잘 보고 잇답니다
    많이 참고하고 잇구요
    항상 신나는 오늘이시길 바랍니다 *^^*

    • 박승민 2009/11/17 13:29

      대수롭지 않은 것들을 괜히 혼자 크게 만들어서
      고민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에서 적어보았습니다.
      재미없고 많이 모자란 책, 읽어 주신다니, 너무 고맙습니다.
      신나는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2. Phoebe 2009/11/17 13:27

    ㅋㅋㅋ저같았음 "저 안가는데요!" 했을텐데
    고민 많이 하셨군요.ㅎㅎㅎ

    • 박승민 2009/11/17 13:30

      어울리지도 않게, 왠지 그런 말 하기는 쑥스럽더라구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3. 영웅전쟁 2009/11/17 13:42

    글이 없어 궁금했는데...
    일이 많으셧나 봅니다. ㅎㅎㅎ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멋지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박승민 2009/11/17 13:58

      제가 게을러서 며칠 글을 못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제 오늘 날씨가 정말 많이 추워졌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4. 하수 2009/11/17 13:51

    ㅎㅎㅎ 남을 위한 배려가 풍부하십니다.^^

    • 박승민 2009/11/17 13:59

      '배려'라고 하기는 부끄럽고, 괜히 혼자 생각만 키운 것이지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5. 뽀글 2009/11/17 15:55

    배려지요.. 그 짧은시간에 신입종업원 눈치까지 봐주시는 풀칠아비님..
    너무 멋지신데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18 00:28

      멋지다니요.. 부끄럽습니다. 그냥 혼자 복잡하게 생각한 것이지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6. Raymundus 2009/11/17 19:41

    저도 바쁘셨나 했습니다.^^
    일상에서 한번쯤 겪게될법한 이야기를 참 담백하게 보여주시네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18 00:36

      일이 며칠 동안 많이 바빴습니다.
      그래도 글 못올린 것은 저의 게으름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자주 찾아주시는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드네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7. 펨께 2009/11/17 20:05

    그냥 큰소리로 저 여기서 마시고 갈렴니다 라고 했을것 같아요.ㅎㅎ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18 00:44

      ㅎㅎ.. 다음번에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저도 한번 그래 봐야겠습니다.
      어떤 반응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고맙습니다.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8. 블루버스 2009/11/18 14:58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하신 거 같습니다.
    저 같으면 조용히 앉아서 쳐다봤을 거 같은데요.ㅎㅎㅎ
    종업원이 더 민망해 하겠지만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18 17:13

      아무래도 그렇기는 하겠지요. 적어도 저는 아무 말 안했으니까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9. 바람꽃과 솔나리 2009/11/18 15:58

    남을 많이 배려해 주시는 분이시군요..^^*
    저는 살짝 미소를 보내고 앉을 겁니다.
    어색할 땐 미소가 제일 좋지요^^

    • 박승민(풀칠아비) 2009/11/18 17:14

      배려라고 하면 부끄럽고요. 그냥 혼자 생각만 키운 것입니다.
      역시 말씀하신대로 미소가 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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