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혹시 내 안에도 시한폭탄이?

이른 새벽 한적한 산길 바위에 걸터앉아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한 초로의 남자가 지나가길래 보온병에 담긴 커피를 권했다. 왠지 혼자 마시기에는 커피가 너무 맛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이른 시간에 벌써 산을 내려오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내 옆에 앉았다.

“벌써 내려 오시는 거에요?” 라고 말을 건넸다. 그는 대답으로 “산 올라오면서 움막 하나 못 봤소? 나 거기서 혼자 사는데.” 라고 자기 얘기를 했다. 가까이 있으니 일찍 올라올 수 있다는 얘기였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아니, 왜 …”라고 묻다가, 왠지 물으면 안될 질문 같아서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딱 10년 전에 말이야.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 몸 안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커다란 시한폭탄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리고는 그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고. 그러니 어쩌겠나? 사람들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 내가 떠날 수밖에?”

겉보기 멀쩡한 사람에게 이런 얘기를 들으니, 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당황함을 감추기 위해 농담처럼 “아니, 그럼 지금 여기 앉아계시면 어떡해요? 지금 폭발하면 저는 어쩌라고요?” 라고 얘기했다. “미안허이. 내가 커피 맛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말이야. 어찌되어도 그건 자네 복이고 자네 운명이라는 생각도 들고 해서리 … 커피 잘 마셨네.” 라고 하며 그는 황급히 자리에 일어서서 가던 길을 가버렸다.

자리에 일어나서 내려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러다 ‘나도 그런 것 아닐까? 내 안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있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약이 들어있는 것만 폭탄은 아니지 않는가? 움직임 하나, 말 한 마디, 글 한 줄에도 …

2009/11/09 10:40 2009/11/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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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인드맨 2009/11/09 11:03

    제 몸과 정신 안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야성'이 있지요.

    • 박승민 2009/11/09 11:09

      '야성' 멋집니다. 왠지 우문현답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2. 푸른솔™ 2009/11/09 11:19

    내 안의 폭탄...

    내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줄의 글, 행동이나 동작들...
    언제나 조심해야겠네요.

    • 박승민 2009/11/09 11:25

      그렇다고 누구처럼 사람 없는 곳으로 떠날 수도 없는 일이고 ...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3. 영웅전쟁 2009/11/09 11:24

    아 멋진 말씀입니다.
    누구나 시한폭탄 가지고 사는것을 ....
    잘 보고갑니다.
    멋진 이번주 되시길 바라면서...

    • 박승민 2009/11/09 11:28

      '누구나 시한폭탄을 가지고 사는 것을 ...' 간단하게 요약해주셨군요.
      그런데 어떡해야 할 지를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4. 뽀글 2009/11/09 11:47

    정말 뜻있는 글인데요.. 읽던 문장 또읽게 하고...........끝에 두줄이 제마음에 와닿네요..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는 시한폭탄이 될지도.........

    • 박승민 2009/11/09 11:55

      사람들속에 살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살 수는 없겠지요.
      좋은 영향이 되길 바랄 수밖에...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5. 바람꽃과 솔나리 2009/11/09 12:45

    조금은 씁쓸한 글입니다.
    말씀처럼 마음먹기 달렸겠지요...
    떠나기 보다는 함께 살면서 폭탄을
    좋은 곳에 쓴다면....^^

    • 박승민 2009/11/09 15:01

      '폭탄을 좋은 곳에 쓴다면 ...' 아, 발상의 전환이군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6. 아르테미스 2009/11/09 13:48

    저두 종종 느낍니다...
    시한폭탄이 있음을 ^^;;
    누르고 또 누르고...많은 노력을 하며 살지만....
    좋은 방향으로터지기를 빌 뿐이죠 ^^;;

    • 박승민 2009/11/09 15:06

      '좋은 방향으로 터지기를...' 폭탄이라고 꼭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군요.
      한 수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7. 모모군 2009/11/09 14:05

    오늘 이웃 블로거 님들을 찾아 뵙다 보니.. 생각하게 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것 같습니다. ^^

    움직임 하나, 말 한 마디, 글 한 줄에도...

    잠시 생각하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한주의 시작 되세요 : )

    • 박승민 2009/11/09 15:08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도 서로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 받고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8. 블루버스 2009/11/09 19:47

    가만 읽어보면 상당히 소름 돋는 일인데요.
    내 안의 시한폭탄이 무서울지, 상대방의 시한폭탄이 무서울지...^^;

    • 박승민 2009/11/09 20:59

      아, 상대방의 시한폭탄도 있었군요.
      머리가 복잡해지는군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9. 펨께 2009/11/09 21:38

    많은걸 생각해주게 하는 글이네요.
    남을 위해 그분의 생각에 존경스러운 마음까지도...
    그분에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 박승민 2009/11/09 23:53

      좋은 의견에 또 진지하게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10. 보시니 2009/11/09 22:35

    누구든 그런 불안감을 가지고 있겠죠.
    그걸 자신이 조절할 수 있으면 스위치 폭탄이 되는 거고,
    조절할 수 없으면 시한 폭탄이 되는 것 아닐까요?
    최대한 조절할 수 있게 마음을 수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박승민 2009/11/10 00:00

      '스위치 폭탄' 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마음 수련이라...
      대안을 제시해주셨군요.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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