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의 독백

출발하던 버스가 금방 다시 멈추어 선다. 앞의 승용차 하나가 왼쪽 차선으로 끼어들기 위해 거의 멈추어버렸기 때문이다. 버스기사가 조용히 웃으며 한마디 한다. “그렇게 서서 끼어들려고 하면 안되지. 움직이다가 사이가 벌어지면 그때 들어가야지.” 조금 있다가 그 승용차가 포기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버스도 따라서 움직인다. 그리고 정말로 옆 차선 차들의 간격이 벌어졌고, 그 승용차는 왼쪽 차선으로 끼어들기에 성공한다. 기사가 또 혼자서 웃으며 한마디 한다. “그래, 그렇게 해야지.”

한참을 잘 달리던 버스가 끽 소리를 내며 멈추어 선다. 갑자기 차 한대가 앞으로 끼어든 것이다. 창문 밖으로 큰소리가 한번 발사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에도 버스기사는 그냥 혼자 가소롭다는 듯이 “그러다가 다친다, 허허허” 할 뿐이다.

‘오랜 경력으로 나름 득도의 경지까지!’하고 감탄을 하다, 문득 ‘왜 저렇게 다른 사람에게 들리도록 큰소리로 얘기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버스기사는 버스 움직이는 내내 혼자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승객이 아무리 많아도 대꾸할 사람 없다는 것 또한 경험으로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버스 탈 때, 큰소리로 “어서 오세요.”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던 것이 새삼스레 미안해진다.

2009/11/02 11:09 2009/11/02 11:09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Phoebe 2009/11/02 11:44

    그래도 기사분이 참 좋으신 분이네요.
    어서오세요 하고 인사하시는 기사분들은 꼭 답사 해주세요.^^

    • 박승민 2009/11/02 11:53

      정말로 다음부터는 꼭 인사에 답할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2. 뽀글 2009/11/02 11:57

    정말 대단한 경지에 기사님이신데요..왠지 상상이 되요..인자하신 배불뚝이 커다란 넙대대한 얼굴에 큰웃음을 가지신 그런기사님이신거 같아요.. 저만에 상상력을 펴서 글을 읽고 흐믓하게 웃고 가요^^

    • 박승민 2009/11/02 12:00

      대단하십니다. 점집하나 차리셔도 될 것 같습니다. 딱 맞추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3. 영웅전쟁 2009/11/02 12:05

    오늘은 어쩐지 저를 반성하게 하시는듯...
    제 운전습관이 워낙 험악한지라 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월요일 멋지게 출발하세요...

    • 박승민 2009/11/02 12:10

      아닐 것 같은데요. 영웅전쟁님은 왠지 모범 운전의 대명사이실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감기조심하시고 .. 또 안전운전하시고...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 영웅전쟁 2009/11/02 12:26

      그러신가요 ㅎㅎㅎ
      운전은 조신하게 하지만
      잘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사고들어서는 첩경이 아닌가 해서
      언제나 조심한답니다.

      오늘 올려주신글도
      그런 의미에서는 누구에게나
      좋은 ....ㅎㅎㅎㅎ

    • 박승민 2009/11/02 12:31

      옳으신 말씀입니다.
      항상 방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날씨가 정말로 갑자기 추워졌네요.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4. 모모군 2009/11/02 12:12

    진짜 버스탈때.. 같이 인사하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쌩~~ -_-;;

    • 박승민 2009/11/02 12:15

      지금 반성하고 있습니다. ㅠㅠ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5. 푸른솔™ 2009/11/02 12:42

    그야말로 득도하신 분이군요.
    우리도 운전을 저 분처럼 해야 하는데...
    깜빡이 넣지 않고 끼여드는 운전자들을 보면
    가끔 화가 치밀 때가 있으니..ㅎㅎ

    • 박승민 2009/11/02 12:45

      저도 정말로 득도하신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외로움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분이 혼자 얘기하는 것과 제가 블로그에서 이렇게 떠드는 것과
      뭐가 다른 것일까 생각도 해보고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6. 워크투리멤버 2009/11/02 12:52

    와~ 제가 정말 되고 싶은 인간적 이상형이에요. 너무 멋져요!!

    • 박승민 2009/11/02 13:04

      ㅎㅎㅎ ... 워크투리멥버님 속으로는 '내 얘기군.' 하고 계시는 것 아닌가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7. basecom 2009/11/02 13:23

    좋은 기사님이네요 ㅎㅎ 승객들에게도 친절하겠군요

    • 박승민 2009/11/02 13:43

      그날 기억으로는 항상 웃으셨던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8. 보시니 2009/11/02 13:41

    저런 기사님들 만나게 되면 하루가 즐거워질 듯 하네요.
    카드 제대로 찍지 못한다고 할머니들에게 빽빽거리는 기사도 너무 많은데...
    저런 분은 정말 한 번도 보지 못했네요.ㅎㅎ

    • 박승민 2009/11/02 13:46

      그런 기사분 버스를 타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은 미쳐 못했네요.
      역시 저는 무심한 사람인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9. 달콤시민 2009/11/02 15:51

    제가 아침마다 타는 마을버스의 한 기사님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도 '어서오세요', 그리고 내릴때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늘 해주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저는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그냥 티도 안날정도로 고개만 숙이곤 했는데, 앞으로는 저도 함께 즐겁게 인사해야겠어요~ ^^ 세상엔 이렇게 좋은 기사님들도 참 많은데요.. 그쵸? ^^

    • 박승민 2009/11/02 15:58

      예, 묵묵히 티안나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10. 펨께 2009/11/02 20:21

    인생을 터득하신 기사아저씨 같아요.
    서두를것도, 악을 쓸 별다른 이유도 없는 세상
    기사아저씨처럼 살면 행복해질것도 같아요.ㅎㅎ

    • 박승민 2009/11/03 11:00

      사실, 저는 혼자 말씀하시는 모습이 조금은 외롭게도 보였습니다.
      물론, 화 내시지 않는 모습보면서, 인생의 깊이가 부럽기도 하였고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11. 내영아 2009/11/02 21:40

    그래도 아저씨가 소통의 창구를 열고 계시니 다행이에요.
    ㅋㅋ..인간미 넘치고 정많은 분 같으세요.

    • 박승민 2009/11/03 11:03

      운전중에 대화를 많이 나누실 수도 없고 ...
      그래서 인사라도 잘 하려고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12. 라오니스 2009/11/02 21:41

    버스운전에 도가 트이신것 같군요..
    운전하는 일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터인데...
    저런 기사님이 운전하는 버스는 안전할 것 같아요... ^^

    • 박승민 2009/11/03 11:06

      제 생각에도 화내시며 기분에 따라 운전하시는 분보다는 훨씬 마음에 놓일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13. raymundus 2009/11/03 14:30

    괜시리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네요^^
    저도 기사분께서 인사를 건내기 전엔 스스로 인사를 한적이 없었는데..
    내일은 먼저 안녕하세요 외쳐봐야 겠습니다.^^

    • 박승민 2009/11/03 15:17

      저는 기사분이 먼저 하는 인사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엇는데...
      내일은 정말로 먼저 한번 인사해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14. mark 2009/11/03 21:27

    대개 운전석에 앉으면 난폭해지는거 같던데..
    요즘에는 난폭 아줌마 우전자도 자주 눈에 띄더군요. 신호등 바뀌자 마자 뒤에서 빵!
    U 턴하는데 뒷차가 먼저 돌립니다.
    앞에 있던 운전자 그것도 모르고 돌리다 먼저 돌린 뒷차와 부디칠번 합니다.
    그 차안을 보니 아줌마. 얌전하게 하면 좋으만.
    이 버스기사는 정말로 득도를 하신거 같습니다.

    • 박승민 2009/11/04 11:03

      운전하면 화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이 생기는 것 같더라구요.
      화를 참기 이전에 서로서로 배려하는 운전이 되면 더 좋을텐데...
      저부터 노력해야겠지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15. 블루버스 2009/11/04 09:29

    맘먹기 나름 아닌가 싶어요.
    급할 땐 아무것도 눈에 안들어 오는데 여유가 있으면 느긋해지죠.
    운전기사님은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으신 분 같아요.^^

    • 박승민 2009/11/04 11:06

      어찌 운전대만 잡으면 다들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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