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의 대화

화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두 남자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세면대나 소변기 앞에는 아무도 없었고, 칸막이 문도 모두 닫혀있었는데 말이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참 묘해서, 숨기면 자꾸만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인지라. 무슨 은밀한 얘기를 나눌게 있어, 화장실 문까지 닫고 얘기할까? 귀를 더욱 쫑긋하여 들어보니 두 남자의 목소리가 각기 다른 칸에서 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아니, 화장실에서 큰 일 보며 대화를 나눌 만큼 친한 사이란 말인가? 대화가 진행되면서 함께 어우러질 소리들을 한번 상상해보라. 아무리 친해도 나는 도저히 못 그럴 것 같았다.

그 중 한 칸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조금 있다가 사람이 나왔다. 그런데 나머지 한 칸에서는 계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 그렇지! 그냥 우연히 화장실 옆 칸에서, 따로따로 전화통화를 했던 것이다. 화장실 이웃하는 두 칸에서 큰 일 보는 두 사람에게 동시에 전화가 걸려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만큼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이제는 화장실마저 세상을 가둘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로 가야 혼자일 수 있을까?

2009/10/29 10:13 2009/10/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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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뽀글 2009/10/29 10:45

    요즘 밖에 나가면 혼자인사람들은 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걷고있잖아요..오히려 혼자 걷기만 하는사람이 이상할정도로요.. 무인도로...가심이..^^;;
    오늘도 잘읽고가요~^^

    • 박승민 2009/10/29 10:55

      조만간 무인도에도 기지국 생길지 모릅니다. ㅎㅎㅎ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 monocoq 2009/10/29 11:04

    전파감옥에서 벗어나려면 일단 디지털 기기는 다 버리고 맨몸만 챙겨 두메산골이나 무인도에 들어가 할 듯 싶어요. 정말 옛날 사람들이 현대시대에 온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뭐야 이 대기에 가득찬 찌릿찌릿한 공기는?'

    • 박승민 2009/10/29 11:11

      '뭐야 이 대기에 가득찬 찌릿찌릿한 공기는?'라 정말 와닿는 표현이네요.
      과연 마음속에서까지 핸드폰 버리고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지금은. ㅠㅠ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3. 블루버스 2009/10/29 11:06

    전화기만 없으면 홀로 남게 되는 거 같아요.
    예전에 휴대폰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가물가물 해지네요.^^;

    • 박승민 2009/10/29 11:14

      잠시 전화기를 꺼두자라는 광고도 있었지만,
      전화기 옆에 없으면 불안해지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4. 영웅전쟁 2009/10/29 11:09

    얼마전 화장실이야기와 또다른
    페이소스를 느낍니다.
    잘보고 갑니다.
    언제나 멋진 나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 박승민 2009/10/29 11:15

      그러고보니 얼마전에도 화장실 이야기를 적었었네요.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침부터 너무 화장실 얘기만 해드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5. Raymundus 2009/10/29 12:05

    참 재미있는 경우를 겪으셨네요 그생각도 해봅니다..
    무슨 회사의 화장실이 었는지 몰라도,,두명이 화장실이라고 굳이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할 확률은..

    • 박승민 2009/10/29 12:10

      아. 답을 마저 해주셔야지요. ㅎㅎ
      여하튼 저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6. 바람꽃과 솔나리 2009/10/29 14:52

    이런 경우는 드물겠는데요~ㅎㅎ
    화장실이야 말로 말조심 해야겠더군요~

    • 박승민 2009/10/30 11:47

      흔한 경우는 아니겠지요.
      맞습니다. 화장실 정말로 말조심해야는 곳이지요.
      드라마 같은 데에도 자주 나오잖아요.
      화장실 앞에서 상사욕 실컷 하고 나면 변기 물내리는 소리 들리는 장면 말입니다. ㅎㅎㅎ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7. Phoebe 2009/10/29 16:03

    ㅋㅋㅋ 그 안에서 이런 생각들을 햿었던 님이 더 재밌어요.

    • 박승민 2009/10/30 11:48

      제가 좀 엉뚱했던 것인가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8. 유리 2009/10/29 21:34

    이탈리아에서는 한국처럼 쉴새 없이 핸폰 말하는사람 많이 봤는데
    스위스 오니 버스도 조용...기차도 조용...^^
    장단점이 있는거 같아요!

    • 박승민 2009/10/30 11:50

      이탈리아와 스위스는 문화적 차이가 많은가 보네요.
      저는 유럽 가본적이 없어서... ㅠㅠ
      저는 조용한 스위스에 한표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9. mark 2009/10/29 21:49

    오늘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앞자리에 앉은 한 여자가 서너 정거장을 지날때까지 전화를 계~속하는데 참 짜증나더군요. 옆에 앉은 다른 두여자는 노골적으로 귀를 막고있고.. 화장실에서 하는 전화 남이 들을까 생각도 않는 강심장인 사람들.. ㅉㅉㅉ

    • 박승민 2009/10/30 11:52

      꼭 그런 전화 들어보면, 대부분 잡담이지요. ..짜증 많이 나셨겠습니다.
      빨리 잊어버리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기분 좋은 일들로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10. big-bite 2009/10/30 09:45

    큭...결말이 재미 있네요.

    • 박승민 2009/10/30 11:53

      부족한 글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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