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깎기 변천사

언제 처음으로 사과를 깎았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초등학교 다닐 때 아니었겠는가? 하지만 처음으로 사과 깎다가 야단 맞은 기억은 확실히 난다. 어릴 적 과수원 하는 친척집에 놀러 가서 사과 깎다가 꾸지람을 들었다. 아까운 사과를 그렇게 두껍게 깎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사과를 직접 키우신 마음을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꾸중이었다. 그때는 얇게, 좁게, 길게 깎는 것이 사과 잘 깎는 것이었다. 동생들과 누가 사과 껍질을 더 길게 깎는가 시합도 하곤 했었다.

얼마의 세월이 지나자 사과 깎기 세상도 바뀌었다. 도리어 사과를 얇게 깎아 손님 앞에 내놓으면 야단을 맞게 되었다. 먹고 살기 조금 나아져서인지, 잔류 농약 걱정하며 껍질을 두껍게 깎는 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가 되었던 것이다.

최근, 집에 꼬맹이 친구가 놀러 와서 사과를 깎아주었다. 그런데 그 꼬마친구가 대뜸 한마디 하는 것이 아닌가?

“아저씨, 유기농 사과 아니에요? 껍질에 좋은 것이 많다던데 …”

사과 깎기 하나에도 이렇게 세상의 변화를 느낄 수 있으니 …
2009/10/27 09:55 2009/10/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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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뽀글 2009/10/27 11:28

    그러게요..저도 어렸을때 사과 깍을때 엄마가 그러지말라구 하셨는데..요즘은..
    이런 사소한것까지도 이리변했는데.. 우리는 우리가 모르게 얼마나 많은것들이 변했을까..하네요.. 다 변하게 만든건 우린데..왜 한숨이 나오는지.. 오늘도 좋은글로 많은생각 느끼고 가요..

    • 박승민 2009/10/27 11:33

      정말 '다 변하게 만든 건 우린데 ' 말입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 영웅전쟁 2009/10/27 11:29

    언제나 느끼지만....
    페이소스.....
    아!!!!!!!!!

    잘보고 갑니다...
    멋진 하루 열어가시길 바랍니다..

    • 박승민 2009/10/27 11:35

      고맙습니다. 영웅전쟁님도 멋진 하루 힘차게 열어가시기 바랍니다.

  3. 블루버스 2009/10/27 11:42

    재미있네요. 꼬맹이.ㅎㅎ
    그냥 전 기분 내키는대로 먹습니다.
    보통은 깎아 먹지만 그냥 물에 씼어서 껍질채 먹기도 하지요.
    농약 걱정까지는...^^;

    • 박승민 2009/10/27 11:44

      저도 보통은 깎아서 먹지만, 귀찮을 때는
      껍질이 몸에 좋다는 핑계로 그냥 씼어서 먹기도 하지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4. 바람꽃과 솔나리 2009/10/27 12:04

    요즘 꼬맹이들 무척 똑똑합니다~
    저희들도 여행하면서
    차 안에서 그냥 껍질째 먹습니다^^*
    더욱 맛있던데요~

    • 박승민 2009/10/27 12:06

      요즘 꼬맹이들 정말 똑똑하더라구요.
      저 어릴 때랑은 많이 다른 것 같더라구요.(저만 그런 건가? ㅎㅎ)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5. Raymundus 2009/10/27 13:24

    봃수록 당찬 꼬마네요^^
    정말 껍질을 두껍게 까면 뭐 먹을게 있나면서 핀잔을 듣고했었죠.
    잔류농약걱정에 두껍게 깎는것,,유기농을 찾는것..재미있는 세상에 살고있는거 같아요

    • 박승민 2009/10/27 13:31

      점점 먹고 살기 좋아지고, 덩달아 따져보는 것도 많아지는
      그런 세상인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6. 라오니스 2009/10/27 17:35

    정말..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사람들 생각이 조금씩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남자지만 어디가면..사과 잘 깍는다고 칭찬받아요... ^^;;

    • 박승민 2009/10/27 17:50

      사과 예쁘게 잘 깎으시나보죠? ㅎㅎㅎ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7. mark 2009/10/27 19:53

    ㅎㅎ 요즘 사과맛이 좋아 마트에서 사과를 계속 떨어지지 않게 사다 먹고 있습니다.
    사과를 깎아 먹을 때마다 사과껍질을 끊어지지 않게 해보려는 버릇이 아직도 남아 어제 저녁에도 시도해 보았답니다. 결과요? 물론 두번 껂어졌지요.

    • 박승민 2009/10/27 20:03

      연습을 게을리 하셨나봅니다. 두번이나 끊어졌다니 ... ㅎㅎㅎ
      저도 사과를 좋아해서 마트에서 자주 사다 먹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8. 유리 2009/10/27 20:15

    애기들은 어른들 하는말을 고대로 한다니깐요~
    ㅋㅋㅋ
    너무 기엽네요^^

    • 박승민 2009/10/28 06:44

      귀엽고 또 당돌하지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9. 내영아 2009/10/27 21:16

    상황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할 것 같아요.
    너셕! 유기농을 알아보네요. ㅋㅋ

    • 박승민 2009/10/28 06:49

      유기농이 좋기는 한데, 많이 비싸더라고요. ㅎㅎ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10. 바람노래 2009/10/28 11:28

    농약 같은것 때문에 그렇군요.
    사실 제목만 봐서는 가로 주행으로 깎다가 잘라 놓고 세로 깎기...
    발전을 더해서 돌려깎기로 발전된 그런 변천사인줄 알았습니다.
    제 생각이 깨져서 좀 웃었습니다.ㅎ

    • 박승민 2009/10/28 13:54

      아. 제가 제목을 정하면서 미쳐 그 생각을 못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정말 토끼 모양 깎기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네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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