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쓰임새

부장이 아침부터 나를 찾았다.

"자네 윗선에 줄 있나?"

"윗선에 줄이라뇨?"

"그럼 왜 회장님이 자네 한번 보자고 하시지? 자네를 어떻게 아시고?"

"저 회장님을 가까이서 뵌 적도 없는데요."

"여하튼 이따 1시에 회장실로 가 봐. 회장님이 자네 이름 석 자를 꼭 집어 호출했다고, 비서실에서 연락 왔어. 앞으로 자네한테 조심해야겠군."

부장 앞을 빠져나오면서, 간신히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그 기계 만든 사람이 이런 쓰임새를 알았다면, 내게 그런 헐값에 팔아넘기지 않았겠지?

술집에서 혼자 이렇게 신세 한탄하던 그 발명가의 얘기를 듣고, 나는 그 쓰임새를 바로 알아챘다.
"다른 사람 생각 속에 메시지 남기는 기계를 만들고 싶어 평생 죽으라고 노력했지. 천신만고 끝에 성공했다 싶었는데, 글쎄 겨우 세 글자밖에 못 남기질 않겠나. 이젠 지쳤네. 포기했네."


***
제목에 밝혔듯이 허구입니다. 씁쓸하지만, 아직도 윗선에 닿은 줄이 중요한 세상으로 보여서 꾸며봤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2014/12/15 09:10 2014/12/15 09:1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주리니 2014/12/15 12:59

    그 다음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겠죠?
    이런 게 있담... 갖고 있는 사람의 심뽀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지겠다는! ㅋ

  2. 루비 2014/12/15 13:41

    윗선이 중요한지 모르고 오랫동안 지냈는데
    요즘에 와서 실감이 됩니다. 삭막해진 세상 때문일까요?

  3. 용작가 2014/12/15 18:08

    대한민국은 줄만 있으면 되죠... 암요.

  4. 명태랑짜오기 2014/12/16 10:59

    줄이 있었으면 오늘이 달라 졌을까?
    생각해 봅니다~ㅎㅎ

write a comment

 

  • Total :
  • Today :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