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좋은 이유 하나

찻집, 옆 테이블의 두 남자 목소리가 유달리 크게 울려 들린다. 음악 소리 때문에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뭔가 중요한 얘기 같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말이 끝난 후에 잠시 동안의 침묵이 뒤따랐고, 그 다음에야 분명한 어조의 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짧은 침묵이 치열한 머리 굴림의 전투를 대변하고 있다.

‘머리 굴림’ 이라는 말에, 어느 게임이론 입문 강의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하나 생각났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끝부분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악당이 인디아나 존스에게 성배를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를 총으로 쏜다. 인디아나 존스로 하여금 성배로 물을 마시면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전설을 믿고 성배를 찾아오게끔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디아나 존스가 성배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을 때, 그곳에는 여러 모양의 잔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온 악당 한 명이 잘못 선택한 잔으로 물을 마시고는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본 다음, 인디아나 존스는 잔을 하나 선택한다. 그리고는 그 잔이 성배인지 확인하기 위해 먼저 물을 마셔본다. 안전한 것을 확인한 다음, 그는 그 잔을 들고 돌아와 아버지를 살려낸다.

그때 교수님은 잠시 윤리적인 문제는 접어두었을 때, 과연 인디아나 존스가 취한 행동 중에 이론적으로 바보 같은 짓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셨다. 다들 짐작했겠지만, 인디아나 존스는 먼저 물을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잘못된 잔을 선택했다면 자신도 죽고, 성배가 없으니 총에 맞은 아버지도 어차피 죽을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잔을 선택했다면 자신이 미리 마시지 않았어도 아버지는 살아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까지 죽을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즉,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를 먼저 마시게 하는 것이 보다 나은 전략이었던 것이다.

지금 이론을 떠나서 생각하면, 그래서 가족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란 그 속에서는 재고 따지고 할 필요 없이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면 되는 그런 울타리 같은 것 아닐까? 아침에 집밖을 나서면서 들어섰던 치열한 머리 굴림의 전쟁터에서 잠시나마 도망칠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그래서 가족이 좋은 것이고.
2009/09/25 11:07 2009/09/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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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irdland 2009/09/25 11:47

    RT가 여전히 에러나네요. 에러메세지 Invalid Unicode value in parameter status

    • 박승민 2009/09/25 12:38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전히 문제가 있으면 또 알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2. 통플러스 2009/09/25 16:40

    가족...
    참으로 의미있는 단어 입니다.
    그 의미가 모두 다르겠지만...
    내가 존재 하고, 돌아가는 그 날까지 한 사람의 가족이라도 있다는 것도 운이 좋은거라
    생각을 합니다.

    가족이란 단어만 나오면 소녀소년 가장들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화이팅! 입니다.

    • 박승민 2009/09/25 22:48

      가족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요. 그저 가족이란 이유로 말입니다. 소년소녀 가장 얘기를 들으니 주위에 너무 무관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3. 이야기손 2009/09/25 21:41

    명절이면 다시금...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또 사랑을 확인하는 ...
    소중한 절기인 것 같아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 박승민 2009/09/25 22:49

      정말 그러고보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이야기손 님도 가족과 함께하는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미리 인사드릴게요. 그리고 이번 주말도 즐겁게 보내시고요

  4. 유리 2009/09/25 21:42

    그래요~ 가족이란 천륜으로 끊을래야 끊을수 없는 인연....^^ 싸우고도 돌아서면 아시 웃는게 가족이죠

    • 박승민 2009/09/25 22:51

      가장 힘들 때, 역시나 의지할 수 있는 곳은 가족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천륜'이라는 말이 다시 와 닿네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5. 종이술사 2009/09/27 16:04

    아무 계산 없이 그저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한게 가족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_+

    • 박승민 2009/09/28 10:24

      그런 가족에 대해 적고 싶었는데,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6. 무지개꽃 2009/09/27 17:32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는글이네요. 승민님이 시간은관라는 책 혹시 출간하셨나요? 한번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

    • 박승민 2009/09/28 10:33

      댓글에 대한 답이 늦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가족여행을 잠시 다녀왔거든요. 죄송합니다.
      조금 부끄럽지만 제 책 제목은 '시간은 관리될 수 없다. 하지만'입니다.
      블로그에도 책 소개글 링크로 달아두었습니다.(오른쪽 위 이미지)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그리고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7. adios 2009/09/28 16:42

    저도 매일 우울하다 가족이 모여 즐겁게 식사하고 나니 웃음이 가득해지더군요

    • 박승민 2009/09/28 17:36

      가족, 정말로 그저 같이 있기만 해도 충분한 그런 존재이지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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