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버스 탈 때 주의할 점, 둘

어떤 모양의 가방을 주로 이용하는가? 나는 들고 다니는 것 보다 배낭을 더 좋아한다. 무거운 노트북도 넣어야 하고, 또 손이 자유로워진다는 이유로 말이다. 심지어 정장을 하고서도 배낭을 메고 다닌다. 그런데 문제는 이 놈의 덩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노트북, 어댑터 그리고 책 몇 권 넣고 나면 거북이 등딱지가 아니라 숫제 달팽이 집이다.

이 가방을 메고 만원버스를 타면 적잖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가방을 멘 채로 천정에 달려있는 손잡이를 잡고 창 밖을 향해 서있다고 생각해보라. 통로로 밀려드는 사람마다 모두 부딪히면서 투덜댄다.

그래서 한 번은 천정의 손잡이를 잡은 채 몸이 버스 정면으로 향하도록 옆으로 서보았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가 훨씬 더 넓게 확보되었다.

‘그렇지, 이거야!’라며 잠시 동안 작은 성취감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제정신을 차리고 눈동자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나는 옆 사람의(지금 나의 자세로는 앞사람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차가운 시선이 나를 째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 그 사람은 내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남 생각한다는 것은 핑계고 그저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기 싫어서 요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내 속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황급히 시선을 돌리면 내 죄를 인정하는 모양이 될 것 같아, 졸린 척 눈만 감았다.

나처럼 달팽이 집 메고 버스 타는 동지들이여, 행여나 만원버스 탔다고 옆으로 설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란다. 괜히 옆 사람의 오해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굳이 해야겠다면 옆으로 서고도 시선은 창 밖으로 향하는 자세를 먼저 연마하기 바란다.


만원버스 탈 때 주의할 점, 하나
2009/09/23 10:59 2009/09/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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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ios 2009/09/23 12:09

    시골 장날만 되면 만땅 버스...TT
    숨쉬기도 곤란하죠... 오해사기도 쉽구 ㅋㅋㅋ

    • 박승민 2009/09/23 15:50

      내 뜻과 달리 오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더라구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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